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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침 뱉기」는 말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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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거는 갈라진 국민의사를 재집결시키고 현실정치가 변화된 시대환경에 맞도록 교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국민을 통합하여 새로운 국가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요, 선거의 강점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선거과정은 오히려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역감정의 악순환, 선거폭력, 관권개입 못지 않게 우려되는 것은 대통령후보에 대한 각 정당의 상호 비방과 중상이다. 특히 민정당이 제작했다는 야당후보 비방 인쇄물은 7년간국정을 주도해 왔고, 다시 정권을 잡겠다는 여당의 행위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자가 배포직전에 폐기된 것은 잘한 일이다. 이 책을 만든 민정당 제작진의 과오를 시정한 합리적인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모든 정당은 그런 이성 있는 양심세력에 의해 주도돼야 한다.
타인에 대한 비방, 중상은 인간의 보편적 도덕률이나 우리의 전통적 윤리의식으로 볼 때 가장 타기해야 할 행위중의 하나다.
더구나 4명의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은 우리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다. 그런 인물에 대해 중상, 모략을 가하고 비방하여 깎아 내린다면 그것은 곧 우리 나라와 국민을 격하시키는 일이다.
뭐니뭐니해도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대표자다. 대외적으로는 우리의 얼굴이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가 키우고 단장해야할 존재다.
각 정당이 정권욕에 사로잡혀 상대후보를 헐뜯고 모욕한다면 그것은 국민 모두를 모욕하는 작태로 규탄돼야 한다. 뿐더러 그것은 누워서 침 뱉기며 득표전술로도 영점 짜리다. 한쪽이 인신공격을 하면 감정과 인신공격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은 뻔한 이치다.
저질의 인신공격은 선거전의 양상마저 저질화 시켜 문자 그대로 니전투구가 되기 쉽다.
물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국민의 철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국민은 후보의 실상을 낱낱이 세밀히 살펴보고 행적을 비판할 수 있다. 잘못이 있으면 투표를 통해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총체적 단위로서의 국민이 아닌 경쟁 정당이나 정치인에 의한 개인적 인격모욕은 용납될 수 없다. 경쟁후보를 비방, 중상의 수단만 갖고 깎아 내리려는 후보는 대통령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 나라가 정책대결이나 비전 제시 없이 인신공격이나 일삼는 사람에 의해 영도되는 나라일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은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국민이 돼서는 안된다. 한 정권의 정통성은 합법성, 정당성과 함께 높은 수준의 도덕성 위에 성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선거에 관한 한 목적 못지 않게 수단과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중시의 원칙을 떠나서는 민주주의가 설자리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보다 성숙된 자세로 정치를 다른 분야의 발전수준으로 끌어올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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