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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좌클릭 文, 우향우 安 … 대선정국 스펙트럼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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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안철수·심상정·문재인·유승민 후보. 박종근 기자.

지난 4월 25일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안철수·심상정·문재인·유승민 후보.박종근 기자.

대선 정국에서 한국의 정치 스펙트럼인 ‘진보-중도-보수’가 서구의 좌우파 정치 스펙트럼과 달라 혼란을 주고 있다.

안보 중심 진보·보수 '한국 스펙트럼' #계층 위주의 좌·우파 '서구 스펙트럼' #안보쟁점은 현재 선거판서 소강상태 #계층갈등·복지의 '좌우'로 후보 점검 #文, 일자리·국민연금 정책은 좌클릭 #최다 지지에도 '포퓰리스트' 우려도 #安 '4차 혁명'은 현재보다 미래 부각 #좌우 스펙트럼서 한발 더 오른쪽으로 #洪, 본인 입장선 다른 후보는 '왼쪽' #보수 결집에도 20% 넘기 쉽지않아 #劉, 한국판 스펙트럼선 洪에게 밀려 #증세 내세우자 중간층 지지 못 얻어 #沈, TV토론회서 진정한 좌파의 면목 #중간층까지 지지 넓어질지는 미지수

전자의 스펙트럼에서 중심축은 주로 남북관계와 연관된 이념이며, 여기에 다른 가치관이 부가되어 설정된다. 따라서 중도는 대북 포용정책(진보)과 봉쇄정책(보수) 사이에서 위치를 잡기가 쉽지 않다. 서구의 좌우파 스펙트럼의 기본축은 계층갈등이며 다른 가치관이 첨가되어 좌·중간·우파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 계층갈등은 복지국가의 확대를 둘러싼 대립으로 나타난다. 복지국가의 확대를 지지하는 편은 좌파로, 자유시장의 영역을 최대화하려는 편은 우파로, 확장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좌·우파가 세분되고 중간파도 파생하게 된다. 좌파는 주로 노동자, 우파는 기업가, 중간파는 중간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국내에서 정치 스펙트럼 논의가 혼란스러운 것은, 가령 중도 지향이 중간계급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층과 우파 지지층은 대체로 일치하지만, 진보층과 노동계층 및 빈곤계층의 이해관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재 4차 TV 토론까지 주된 쟁점은 한편으로는 첨예화된 안보위기와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이다. 전자는 한국판 스펙트럼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후자는 서구형 좌우파 스펙트럼에서 노동계층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안보위기 쟁점은 미중 대북공조 탓인지 진정국면에 들어감으로써 - 남은 대선기간에 긴급사태가 없는 한 - 대선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계층갈등과 복지국가 대 시장영역을 기본축으로 하는 좌우파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각 후보의 정치전략을 점검해 본다.

문재인은 적폐청산 전략에 덧붙여서 국가부문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사회경제정책 공약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고용창출 정책은 청년층에 어필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에 비해 좌클릭을 한 셈이지만, 이러한 좌클릭 은 두 가지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재정확대를 뒷받침하는 재원조달의 재정정책, 구체적으로 증세문제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다시 좌우파 스펙트럼을 단순화 하면, 우파는 ‘소부담 소복지’, 중간파는 ‘중부담 중복지’, 좌파는 ‘고부담 고복지’를 지향한다. 문재인은 정부 규모의 확대가 불가피한 사회경제정책을 제시하지만, 이와 연계된 재정정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경제정책의 핵심 브레인인 김광두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구호인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고, 법질서를 우자)의 입안자라고 하니, 고부담 고복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문재인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 40%에서 50%로 인상시킨다고 공약했다. 원래 소득대체율은 60%였는데 참여정부가 2007년 40%로 인하시켰다.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은 복지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보조가 복지예산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다수 있다. 문재인은 소득대체율 인하 시점에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는데, 이 중차대한 결정에 어떤 입장이었는지 궁금하다. 여하튼 지금에 와서 다시 인상한다니, 노령층 빈곤을 위해서는 다행스럽다. 그러나 노무현과 그 후계자인 문재인의 복지정책은 애매모호하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여기에도 ‘전략적 애매모호성’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종합하면, 참여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은 결코 중도우파로도 분류할 수 없고, - 전원책 왈 “박근혜는 보수의 적”과 대비해서 말하면 - 좌파의 적인 우파 성향이었다. 따라서 문재인의 좌클릭은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의 중간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회경제정책은 적폐청산의 전략과 더불어 직면한 사회적 양극화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최다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대선승리를 전제로,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변질되어 버리면 포퓰리스트의 낙인을 면하기 어렵다.

안철수는 중도를 지향하고 있지만, 진보-중도-보수 스펙트럼에서 적합한 위치를 정하지 못해 상승세가 꺾였다. 또한 좌우파 스펙트럼에서도 왼쪽 보다는 오른쪽을 더 지향하고 있다. 그는 비록 시장 내부의 공정거래를 강조하지만, 시장에서 낙오한 계층, 즉 3차 산업혁명의 탈락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노동계층과 빈곤계층에게는 현재 먹을거리가 더 중요하다. 또한 고용창출에서도 시장에만 의존하여 청년 지지층의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종합하면, 두 스펙트럼의 중도와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는 처지가 되어 독자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유승민은 더 난처한 딜메마에 빠졌다. 그의 한국판 스펙트럼에서 보수적 입장은 더 강경한 보수인 홍준표 때문에 보수층을 유인하지 못했다. 좌우파 스펙트럼에서도 중부담 중복지 노선, 즉 증세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기업가 계층만이 아니라 중간계층도 지지층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증세 문제는 기업가만이 아니라 중간계층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의 따뜻한 보수와 진솔한 사회경제정책은 평가 받지만, 확고한 지지기반의 형성에서 좌절했다. 결국 유승민은 정치전략의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있다.

지금까지 4차 TV 토론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심상정은 ‘진정한 좌파’의 진면목을 드러내어 뒤늦은 감이 있지만 노동계층과 빈곤계층을 결집하고 있다. 그에 대한 지지가 중간계층으로 확대될지는 미지수이다. 그의 지지율이 비록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10%를 넘어 20%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전략의 목표도 대선 승리보다는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연대’로 수정하는 것이 향후 정의당의 진로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홍준표도 보수층 결집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역시 20%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머지 후보를 전부 좌파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의 위치에서 보면 다른 후보는 전부 왼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20%를 넘지 못하면 정치전략의 목표를 대선 승리보다 다른 목표를 추구할 수도 있다.

한국 선거에서 후보의 전략지식·자원의 비중이 매우 커다는 사실은 TV 토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대선기간이 짧아서 그 영향력은 과거 보다 훨씬 높 은 것 같다. 따라서 지지율 1위, 2위 후보의 전략지식·자원이 상대적으로 열위이기 때문에 하위 후보의 추격은 나머지 2 차례 토론에서 더욱 치열할 것이다. 물론 지지율 순위의 대역전은 어렵겠지만, 하위 후보의 전략목표의 수정에 따라 후보 간 연대가 성사되면 선거결과는 예측불허가 될 것이다.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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