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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숨은 코드 읽기] “아무래도 보수, 홍준표 뽑을라칸다” vs “똑똑해보이는 안철수가 안 낫겄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구·경북(TK)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역대 대선마다 보수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부동층 급증, 요동치는 TK 민심 #“안에게 마음 잠깐 갔다가 바꿨다” #서문시장 유세 1만명, 홍 상승세 #안 지지자는 “정치 새 인물 필요”

적어도 최근 여론조사상으로는 ‘중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보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 TK 민심은 앞으로 어디로 향할까. 정말 ‘샤이(shy) 보수’ 성향이 강해 표심을 숨기고 있는 걸까.

JTBC·한국리서치가 지난 26일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TK 지역에선 홍준표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안 후보는 27.7%, 홍 후보는 21.7%, 문 후보 18.1%였다.<응답률 23.7%,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지난 18~19일 조사에서는 안 후보 44.8%, 문 후보 21.3%, 홍 후보 14.5%였다.

이 지역엔 부동층도 많다. 26일 조사에서 ‘투표할 후보가 없다’ ‘모르겠다’는 응답도 18.6%로 강원·제주 다음으로 많았다. 처음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민주당 경선 당시엔 안희정 충남지사로 옮아갔던 TK의 민심은 4월 초 각 당 경선이 끝난 후엔 안철수 후보에게 쏠렸다. 하지만 최근 홍 후보가 부상하면서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홍·안 두 후보가 26~27일 대구와 경북 유세전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로 보수 결집일까=홍 후보가 지난 26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개최한 ‘서민 토크쇼’에는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청중이 참여해 당내에선 ‘대구대첩’이란 얘기가 나왔다. 여세를 몰아 홍 후보는 27일에도 구미·김천 등을 공략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엔 “동남풍이 태풍이 돼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지역에서의 분위기도 상승세다. 구미역 앞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65)씨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어려우니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안철수에게 마음이 잠깐 갔다가 홍준표로 다시 바꿨다”고 말했다. 대구 두류공원에서 만난 박두식(72)씨도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보수를 잘 대변하고, 말도 시원시원하게 하는 홍준표를 뽑을라칸다”고 했다.

◆‘홍찍문’ 호소하는 안철수=안 후보는 27일 오후 경북 경주와 대구를 찾았다.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안 후보는 “요즘 홍준표 후보가 뜨는 것을 보고 누가 웃고 있나”며 “홍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받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이른바 ‘홍찍문’을 본인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그는 “여러분의 한 표가 헛되지 않게 될 사람을 밀어달라”고도 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원 연설에서 “홍 후보가 시원하게 얘기해서 좋다는 분도 계시지만, 그분을 찍으면 여러분 표는 사표가 된다.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오일순(72)씨는 “홍 후보보다 똑똑해보이는 안철수가 안 낫겄지 싶다”며 “지난번 (토론)엔 못하더니 이번엔 좀 낫더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대학생 김지수(23)씨는 “정치를 바꾸려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배성제(20)씨는 “처음엔 의사 출신에 창업도 직접 했으니 안 후보에게 기대를 많이 했지만 부인 채용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실망스러운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정종훈·안효성, 구미·김천=백민경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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