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야유'에 마음고생...욕심 내려놓은 '인삼공사 슈터' 이정현

중앙일보

입력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왼쪽)이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팀 동료 양희종의 격려를 받고 있다. [KBL]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왼쪽)이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팀 동료 양희종의 격려를 받고 있다. [KBL]

26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린 잠실실내체육관. 이날 홈팀인 서울 삼성의 관중들은 상대팀 안양 KGC인삼공사의 한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크게 야유를 보냈다. 지난 23일 챔프전 2차전에서 이관희(삼성)와 몸싸움을 펼쳤던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30)을 두고 보낸 야유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국내 선수 득점 1위(15.20점)를 차지했던 이정현은 이날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몸놀림이 다소 무거웠다.

23일 챔프전 2차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 때문에 야유 받아 #마음 고생에 부담 갖는 플레이..."내가 부족했다. 죄송하다"

이날 88-82로 KGC인삼공사의 승리로 끝난 뒤, 이정현은 착잡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현은 당시 1쿼터 4분48초에 팔을 사용해 이관희를 밀쳤고, 코트에 쓰러졌던 이관희는 이내 일어서자마자 이정현을 팔로 밀쳐 넘어뜨렸다. 이 때문에 이정현은 언스포츠맨라이크파울(U-파울)을, 이관희는 파울 퇴장을 받았고, 한국농구연맹(KBL)은 24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이관희에게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200만원, 이정현에게는 제재금 150만원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평소 경기 도중 몸짓을 크게 펼치던 일부 팬들의 비판을 들었던 이정현은 이번 일 때문에 더 큰 비판, 비난을 받았다.

경기 전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이정현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경기 다음날 눈이 뻘겋게 돼서 훈련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정도(야유)일지는 몰랐다"던 이정현은 "많이 힘들었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감정 컨트롤을 못했다. 어떻게든 참았어야 했고, 내가 아직 부족해 그런 상황이 나온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날 9점 4어시스트로 평소보다 기록이 저조했던 이정현은 그나마 동료들과 팬들의 격려, 응원으로 힘내고 뛰었다. 그는 "다른 동료들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격려를 많이 해줬다. 많은 힘을 얻었다"면서 "우리 팬들을 보면서 힘을 냈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 하겠다. 개인 욕심 버리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뛸 생각"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KGC인삼공사 주장 양희종은 "정말 이기고 싶었다. 시작부터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서 이기고 싶었고, 이겨서 기분 좋다"면서 "정현이도 잘못한 부분이 있고, 이관희도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한쪽을 너무 나쁜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서 섭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이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상대 선수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KBL]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이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상대 선수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KBL]

이정현은 28일 열릴 4차전에서 이관희와 또한번 매치업을 펼칠 수 있다. '다시 만나면 껄끄럽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이정현은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운을 떼면서 "그 선수도 그 선수만의 플레이가 있다. 그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나도 흥분하지 않으면서 챔프전에 맞는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신경전에 말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승기 감독은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 더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화난다 해도 코트에서 (2차전 충돌)그런 행동을 표출시키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