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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에게 남은 시간은 80일”…북·미 대화 ‘6말·7초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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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을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 판문점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와 함께 던진 발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거칠게 경고를 하면서도 설득과 대화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이날 전했다. 

미국이 칼 빈슨 핵항공모함을 한반도로 출동시키는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압박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출구는 열어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른바 ‘채찍과 당근’ 전략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일단 군사행동보다는 다른 옵션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뜻을 밝혔다.

NYT "펜스, 거칠게 대북 경고…당근도 암시" #"한·미 외교안보 라인 6월 중순쯤 정리" #"7월 G20 정상회의 전 가시적인 움직임" #북한의 협상용 군사행동은 이어질 전망 #아사히 "北서도 대화 모드 감지돼"

맥매스터 보좌관은 16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조치를 취할 커다른 기회(chance)가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것이며 그렇게 해서 우리는 최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나 동맹국과의 국제공조를 통해 이런 옵션을 마련하라고 했고,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동맹국 지도자들과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의제에 놓고 협의 중"이라고도 했다.

초점은 대화를 언제쯤 재개할 지 여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쯤 변화가 있을 것”이란 이른바 ‘6말·7초설’이 회자되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정리되는 시점이 6월 중순으로 예상된다”면서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대북 전략과 정책이 구체적으로 정립된 뒤에야 북한도 협상 카드를 꺼낼 것이란 판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핵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사진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핵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사진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 북한 문제를 어느 정도 매듭지으려 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그 전까지 북·미, 북·중 간 물밑 접촉이 활발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데려올 만큼 미국 정부가 중국을 제대로 설득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대북 송유관만 잠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중국의 전략상 현실화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 단둥시 러우팡진 바싼 유류저장소에서 하역 작업 중인 유류열차. 헤이룽장성 다칭유전에서 채굴한 원유가 이곳에서 북·중 송유관을 통해 북에 전달된다. 1975년 문을 열었다. [중앙포토]

중국 단둥시 러우팡진 바싼 유류저장소에서 하역 작업 중인 유류열차. 헤이룽장성 다칭유전에서 채굴한 원유가 이곳에서 북·중 송유관을 통해 북에 전달된다. 1975년 문을 열었다. [중앙포토]

어찌됐든 북한이 경제적으로 절대 의존하는 중국이 키를 쥐고 있다는 것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사이 미국과 북한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북한은 본격적인 판(대화의 틀)이 짜여지기 전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대미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군사 행동을 계속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레드라인으로 간주되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는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주일 미군기지나 괌을 사정권에 둔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 등이 거론된다.

북한에서도 대화 모색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북한이 긴장을 높이면서도 미국과의 대화를 의식한 모습이 두드러진다”며 “여명거리 준공식과 열병식을 대외에 공개하는 등 분위기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16일 전했다.

북한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당시 조총련계 재일조선인의 방문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2003년 이라크전쟁 개전 당시에는 북한 매체에서 김정일의 동정이 자취를 감췄다. 안보위기 시기엔 북한 내부모습의 대외 공개를 극도로 꺼린 것이다.

15일 열병식 연설에 나선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에 대한 강경론을 내세우면서도 “미국이 도발한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최 부위원장은 북한이 “누구보다도 평화를 사랑한다”는 수사도 썼다. 

아사히는 “중국의 중개로 북·미가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나오지만, 핵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 돌발적인 군사행동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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