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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철서신 김영환 "지독한 중 공안…전기고문에 살 타는 냄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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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중국에서 겪은 고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민욱기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중국에서 겪은 고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민욱기자

4월15일.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54·사진)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이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했다. 1980년대 대학가 주체사상 교범이었던 ‘강철서신’의 저자였던 그가 김일성의 생전 생일인 태양절을 기념해서가 결코 아니다.

2012년 4월15일 김 연구위원은 중국 국가안전국에 의해 끔찍한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중국 방문 기간에 김씨는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그 해 3월29일 다롄(大連)에서 체포(김씨 주장은 ‘납치’)됐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중국 당국은 김씨에게 어떠한 형태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과 함께 세계 곳곳에 막강한 정치·경제적 역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은 한국 정부가 주권 차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의 배치를 결정한 데 대해서도 트집을 잡고 있다.

중국은 김씨 고문에서부터 사드 관련 보복 조치 등에 이르기까지 비민주적 행태를 보여주며 한국인의 공분과 반중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자국민의 방한 관광 금지조치는 물론 평범한 중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즐길 권리마저도 제약하고 있다. 13억이 일사분란하게 통제에 따르는 독재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10일 김 연구위원을 직접 만나 그가 겪은 중국,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중국의 숨겨진 민낯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군사 독재정권 시절 한국의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도 생명 위험을 감안해 잠 안 재우기 고문은 4일을 넘기지 않았는데 중국은 6일간이나 잠을 재우지 않았다”며 “내가 고문을 당한 시점부터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적어도 중국의 비민주적 국가운영 행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5년 전 중국 공안에 전기고문 당한 경험 폭로 #전기고문 전에 '친절하게' 심전도 혈압 검사 #안기부는 4일만 잠 안 재웠는데, 중국은 6일간 #5년간 고문 사과도 안한 중국은 독재-인권후진국 #

-체포(납치) 순간을 기억하나.
“2012년 3월 28일 오전 8시쯤으로 기억한다. 중국  도심 한복판서 정확한 신분확인 요구도 무시한 채 자신을 공안(중국 경찰)이라 밝힌 정체불명의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힘으로 제압당했다. 변호사 선임 권리와 한국 영사(선양영사관 소속) 접견도 철저히 무시당했다. 114일 구금의 시작이었다.”

-당시 중국 현지에서 어떤 일을 했나.
“단둥(丹東)을 비롯한 북중(北中) 국경 지역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을 했었다.”

-114일간의 구금 기간에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고 들었다.
"단둥 국가안전국에서 정확히 한 달간 조사가 이어졌다. 6일간 연속으로 잠을 자지 못했다. 4일간 잠을 자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예전 군사 독재정권 시절 한국의 안기부도 잠 안 재우기 고문은 4일을 넘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으로 전기고문도 당했다. 목욕탕 의자 크기와 같은 플라스틱 의자에 40시간 가량 계속 앉아 있게 하는 고문은 마른 체형의 나로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뒷수갑도 차야 했는데 손에 마비가 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중국 국가안전국 조사실 내부모습.

중국 국가안전국 조사실 내부모습.

-전기고문 전 건강체크를 했다고 하는데.
“의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내 손목에 뭔가를 두르더니 가슴에도 무언가를 붙였다. 서로 ‘괜찮은가?’ ‘그렇게 해도 될 것 같다’는 대화소리가 들렸다. 혈압과 심전도 검사를 한 것이다. 의아한 것도 순간 눈 앞에서 불꽃이 튈 정도로 번갈아가면서 폭행했다. 때리기 전 건강체크였다. 이런 사려 깊은 인권국가가 어디 있나. (조사관이) 전기줄에 칭칭 감겨 있는 어떤 물체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50㎝ 길이의 전기봉이었다. 잠시 후 살을 찢는 고통이 전해졌다. 전선이 칭칭 감겨 있는 전기봉을 옷 속으로 집어 넣어 이리저리 갖다 대면서 몇시간 동안 고문한 것이다. 내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일각에서는 전기고문 후유증으로 이(齒)가 빠졌다고 하던데.
“와전된 듯 하다. 이가 좋지 않아 한국에 있을 때 임플란트 시술을 8개 받았다. 중국에서 구금기간 동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염증이 생겼다. 귀국 후 임플란트 치아 2개를 교체했다. 고문으로 빠진 것은 아니다.”

-한국으로 추방전 통지(일종의 판결문)에 쓰인 내용은.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제102조 및 여타의 조항을 위반해 국가안전위해의 죄로 추방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 우리 국가보안법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개도국, 특히 독재성향이 강한 개도국의 정치법령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성향 강하다. 석방 전 이의를 제기했다.”

-중국내 정보 수집도 아닌데 국가안전위해죄라는 게 이해 안 간다.
“북중 관계가 끈끈한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변화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중국에서 북한공작원이 한국인을 상대로 납치하는 것도 싫고, 한국인이 중국에서 인권운동하는 것도 (중국은)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귀국 후 고문사실에 대한 폭로기자회견을 했고, UN인권위 제소 움직임이 일었었는데.
“중국의 인권문제 또한 풀어야 할 숙제지만 그보다 더 참혹한, 해결이 절실한 게 북한의 인권문제다. 이것(UN제소)이 과연 북한의 민주화에 도움이 되는가 고민했다.”

-중국의 보복 움직임이 있었나.
“중국 현지에서 북한인권운동을 돕던 조력자들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졌던 것으로 안다. 이 밖에도 여러형태로 협박이 있었다. 추방 전 나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요구해 ‘반성문을 쓸 생각이 없다’는 글을 썼다. 현재까지도 어떤 형태의 고문에 대한 중국측의 사과는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서 비민주적 국가운영행태가 보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북한 문제 해결은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간단체로서 활동한다는게 사실은 어렵다. 그래서 어떤식으로든 국가정책이라든지 국가 역할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정부당국) 조언할 생각이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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