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호가 그림이 '거북 등처럼' 훼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중 한 명인 도상봉(1902~77)씨의 명화가 시중은행 로비에 훼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로비 1층에는 도씨가 56년 당시 남산에서 바라본 북악산과 서울 시내 풍경을 그린 60호 크기의 대형 유화(사진)가 걸려 있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그림 전체에 작은 균열이 거북 등껍질처럼 퍼져 있다.

이 그림을 본 문화유산보존연구소 최명윤(명지대 교수) 소장은 "사람으로 치자면 폐암 말기 상태"라며 "이대로 더 놔두면 갈라진 물감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은 도 화가의 그림 중에도 보기 드문 대형 작품으로 근현대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작품"이라며 "당장 갈라진 틈을 메우는 등의 전문 복원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술계 관계자는 "도 화가의 비슷한 풍경화 '해운대 풍경'이 3억5000만원으로 평가되고 있으므로 이 작품의 가치도 3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기증받은 작품으로 은행 장부가격은 100원으로 잡혀 있다"며 "2년 전 균열 때문에 전문가에 문의했는데, 별도의 보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결과 당시 자문에 응한 사람은 미술품 복원 전문가가 아니라 경매회사 직원이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2157점의 그림을 갖고 있다.

최준호 기자<joonh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