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현 정권, 동교동 종자까지 죽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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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화갑(사진) 민주당 대표가 9일 노무현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의원직 상실이라는 2심 선고 다음날이다. 한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정권이 들어선 뒤 동교동의 종자도 없다"며 "우리가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참여정부는)철저하게 동교동 종자까지 죽이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자신의 입으로 실토한 경선자금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고, 내 문제 역시 그때까지 대법원에 놔두어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도 2002년 경선자금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한 만큼 자신만 경선자금 문제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시중에는 한화갑을 놔두고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통합할 수 없다는 말도 돈다"며 정치적 음모론도 제기했다.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선 지지자들의 정권 규탄 농성이 계속됐다. 민주당은 다음 주 지방과 서울에서 대규모 정부 규탄집회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잠복해 있던 한 대표의 2선 퇴진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8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이낙연 의원과 일부 당직자가 한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입장 표명을 유보했지만 김효석.이상열 의원 등도 당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에 서 있다. 9일 저녁 민주당 의원모임에서도 지도체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내 중도 세력, 국민중심당, 고건 전 총리 등을 하나로 묶어보자는 생각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5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어차피 헤쳐모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통합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날 회견선 "통합을 위해서도 민주당이 먼저 자기 존재 부각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만나자는 내 제안을 거절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종필 대변인도 "통합은 열린우리당이 해체한 뒤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 측의 대여 투쟁과 함께 지도체제를 둘러싼 당내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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