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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마틴 "콜드플레이 첫 곡 '데오드란트'송은 절대 앨범에 싣지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 [사진 현대카드]

15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 [사진 현대카드]

 15·16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전운이 감돌았다. 이틀에 걸쳐 10만 관객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양일간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의 주인공인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를 만날 수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1998년 그룹 결성 이후 첫 내한으로 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공연이었다.

15일 잠실주경기장서 첫 내한공연 열어 #"오다가 길 잃어 한국 오는데 오래 걸렸다 #떼창 좋아하지만 전곡 함께 부를 필욘 없어 #'옐로' '픽스 유'로 세월호 3주기 위로할 것"

일찍부터 공연장을 찾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꼼꼼한 음향 리허설을 마친 뒤 대기실로 내려온 크리스 마틴(보컬ㆍ건반)과 조니 버클랜드(기타)를 만났다. 소파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은 마틴과 편하게 기대앉은 버클랜드가 기자들을 반겼다. 다음은 두 사람과 일문일답.

첫 방한이다. 많은 팬들이 기다렸는데.  
오는 도중 길을 잃어서 좀 오래 걸렸다. 몇 년 전에 좌회전을 해서 몽골에 갔었는데 그때 우회전을 해야 했을 것 같다. 그럼 한국에 좀 일찍 올 수 있었을 텐데. 모든 분들이 매우 친절하게 맞아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마틴)
전 세계적으로 브리티시 록의 인기가 뜨겁다.  
영국에서 태어났다는 건 여러모로 행운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음악을 사랑하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음악에 대한 접근이 용이했다. 밴드를 많이 하는 문화다 보니 나 역시 자연스럽게 밴드를 만들게 됐다. 영국인들은 그다지 자신감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솔로보다 그룹을 좋아한다. 하하. 언어도 큰 도움이 됐다. 모국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우리가 만약 대만에서 태어났다면…. 아니다. 대만은 중국어를 하니까.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서 음악을 만들었다면 바로 전세계와 소통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마틴) 
공연장을 가득 메운 5만 여명의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는 크리스 마틴. [사진 현대카드]

공연장을 가득 메운 5만 여명의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는 크리스 마틴. [사진 현대카드]

한국 관객들은 떼창으로 유명하다. 특별히 기대되는 곡이 있다면. 
우리는 관객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모든 곡을 따라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공연장을 찾아준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버클랜드)가사가 없는 부분에서 떼창이 더 듣기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우우우우우~(마틴)
가사를 특히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어디서 영감을 얻나.  
크게 내면적인 것과 외적인 것으로 나뉜다. 지금 나의 심리 상태가 어떻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로부터 영향도 중요하다. 미술 작품을 보고,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고,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모두 도움이 된다. 영화나 뉴스 등 우리는 모든 접근과 새로운 가능성에 열려 있다.(마틴)  
시간이 흐를수록 철학적인 가사가 인상적인데.       
지난 4~5년간 특히 독서를 많이 했다. 페르시아 시인인 루미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고, 오스트리아 철학자 빅터 프랭클 책도 좋아한다. 이 시대 최고의 철학자도 우리 밴드 안에 있다. 여기 버클랜드 같은. 멤버들의 의견은 항상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음악 여정은 20대 젊은이들이 성인 남자로 자라나는 성장과정과도 맞닿아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선생님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함께 작업한 가수 브라이먼 이노 역시 내게 많은 영감을 주는 예술가다.(마틴)
크리스 마틴은 태극기를 흔들며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현대카드]

크리스 마틴은 태극기를 흔들며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현대카드]

정규 앨범 역시 매번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적 취향이 다양해지는 것 같다. 최신 음악을 듣는가 하면, 80~90년대 음악도 즐겨듣는다. 클래식도 그렇고, 지금은 재즈에 푹 빠져있다.(버클랜드)음악적으로도 우리는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당신이 어디에 있든 간에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마틴)
그래서 13일 예술의전당을 찾았나. 2017 교향학 축제의 일환인, 대구시향 공연을 관람해 화제가 됐다.  
누군가의 초대를 받은 것은 아니고 그냥 보고 싶어서 갔다.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가서 보는 걸 좋아한다. 주경기장처럼 큰 무대에 서다 보면 자칫 거만해지기가 쉽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나 발레 같은 공연을 보고 나면 ‘와, 이 사람들은 정말 위대한 사람들이구나,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한다.(마틴)
8집 앨범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새로운 취향이 반영될지 궁금하다. 
우리가 새로운 앨범을 만들게 되면, 그 모든 것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투어를 즐기고 있고, 여기에 집중하고 싶다.(마틴)앨범 투어가 아직도 9달이나 더 남아있다. 투어가 끝나고 나야 다음 음반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버클랜드)    
자기 비판도 서슴지 않는데.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러운 곡과 아쉬운 곡이 있다면.  
좋은 질문이다. 1997년에 만든 ‘데오드란트’ 송이 있다. 지금처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화장실에서 데오드란트를 보고 쓴 곡인데 절대 앨범에 싣지 않을 것이다. 가사는 별로였지만 버클랜드의 기타는 좋았다. 하하. 7집은 음악적으로 모두 만족하는 편인데 딱 한곡만 꼽자면 역시 ‘비바 라 비다’가 아닐까 싶다.(마틴) (절대 앨범에 싣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오드 투 데오드란트’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콜드플레이의 첫 데모로 유명한 곡이다.)  
나라마다 셋리스트(선곡표)를 구성하는 기준이 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기준으로 만든 만큼 한번 정하고 나면 많이 바꾸진 않는 편이다.(버클랜드)
세월호 3주기여서 ‘옐로’ ‘픽스 유’ 등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그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반드시 들을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마틴)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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