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업무계획] 금감위 '기업, 은행 인수' 공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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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9일 "산업자본과 금융산업의 분리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은 금산 분리 원칙이 무너지면 은행이 특정한 산업자본에 넘어간다는 흑백논리를 내세우지만 사회가 성숙한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은행을 살 수 있는 곳은 외국자본과 국내 산업자본뿐인데, 산업자본이 밉다고 외국자본에 은행을 내줄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금산 분리의 원칙을 당장 허물자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8000억원 사회환원 조치와 관련, "평가를 유보하겠다"면서도 "삼성그룹이 밖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하고 안에서 사회공헌하려면 죽을 맛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연대해 삼성 타도를 외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노키아가 삼성 극복을 외치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관점에서 폭넓게 삼성 입장을 생각해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윤 위원장은 올해 고령화에 대비한 금융상품이 나오도록 적극 유도하고, 중소기업.서민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고령화 대책을 위해선 먼저 의료비 부담이 늘 것에 대비해 실제 내는 입원비를 지원하는 '실손형 민영 건강보험' 상품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진 미리 정해진 금액을 보상하는 상품이 주로 팔렸다. 또 보험사들이 장기간병 보험, 노인시설과 연계한 보험도 개발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예컨대 돈 대신 실버타운 입주권 등을 주는 보험 상품이 나온다는 얘기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건강.자산관리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장받는 가계 종합 위험관리 보험도 개발된다. 이에 더해 출산 장려를 위해 자녀 수가 많으면 보험금을 더 주거나 출산 시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방안도 마련된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신용평가 능력을 확충해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줬던 관행을 고쳐 나가기로 했다. 특히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저축은행을 적극 활용해 중소기업들이 돈을 제때 빌려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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