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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같은 침몰 대비 훈련은 없었다....30분 만에 끝난 해경 해상 구조 훈련

중앙일보

입력

"인천항 월미도 앞 해상에서 유람선 세종 5호(400t급)에 원인 미상으로 화재 발생. 선원 1명 부상, 승객 10여 명 고립. 즉시 출동 구조 바람.”
13일 오후 1시30분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이 인천해경 항공단과 각 함정들에 내린 지령이다. 앞서 50여 명을 태우고 월미도로 향하던 유람선으로부터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서다.
인천해경 헬기와 3000t급 3008 함정과 511함(500t급), 공기부양정 등은 10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 헬기는 부상당한 선원 1명을 이송했다. 뒤이어 민간어선과 해경 함정들이 물에 빠진 10여 명의 승객을 구했다. 조류에 의해 떠내려간 2명의 승객은 또 다른 해경 헬기와 해군 헬기에 의해 각각 구조됐다.
 배에 남은 40여 명의 승객은 공기부양정과 50t급 함정 등으로 안전하게 옮겨 태웠다. 기관실에서 난 화재는 119소방대원이 진입해 진압했다. 외부로 번진 불은 3000t급·500t급 배에서 소화포를 이용해 진화했다. 화재로 인해 유출된 기름은 오일펜스로 막았다.

국민안전의 날(4월 16일)을 앞두고 인천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합동 구조훈련’이 13일 인천대교 부근에서 열렸다. 이 훈련에는 해군 작전사령부, 인천소방본부,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청해양안전서. 한국해양구조협회, 민간해양구조대 등 총 17척 190여명이 참가했다. 인천=임현동 기자

국민안전의 날(4월 16일)을 앞두고 인천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합동 구조훈련’이 13일 인천대교 부근에서 열렸다. 이 훈련에는 해군 작전사령부, 인천소방본부,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청해양안전서. 한국해양구조협회, 민간해양구조대 등 총 17척 190여명이 참가했다. 인천=임현동 기자

13일 오후 인천항 월미도 해상 앞에서 진행된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 훈련' 상황이다. 세월호 3주기 및 국민안전의 날(16일)을 앞두고 오후 1시30분부터 34분 동안 진행됐다.

유람선 화재로 물에 빠진 승객을 민간 어선이 구조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유람선 화재로 물에 빠진 승객을 민간 어선이 구조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와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인천소방본부, 해군 작전사령부 등의 4개 기관이 참여했다. 3대의 헬기와 17척의 배, 19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었다.

유람선 화재대비 합동 구조훈련 가보니. #헬기 3대, 함정 19척, 200여 명 투입 #일사분란하게 진행됐지만 '실제 상황'과는 거리 #올해 실시된 250회 훈련 중 침몰 대비 훈련 없어

 하지만 이날 훈련은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었다. 2년 전에 실시했던 훈련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가 이날 훈련과 2년 전 훈련을 두차례 모두 지켜본 결과다. 2년전 훈련때도 부상 당한 승객을 헬기로 이송했고, 물에 빠진 승객은 민간어선과 함정에 의해 구조됐었다.

물에 빠져 표류하고 있는 한 승객이 헬기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물에 빠져 표류하고 있는 한 승객이 헬기에의해 구조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실제 상황이라면 헬기는 항공단이 위치한 영종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고해역과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또 함정은 대부분 먼바다나 수 십 km 밖에서 해상 치안 활동을 하는 점을 감안할 때 10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응급환자는 이미 바스켓에 묶여 있는 마네킹으로 대체됐다. 헬기가 다가와서 줄을 내려 마네킹이 묶인 바스켓만 끌어 올린 뒤 유유히 사라졌다.

통상 특수요원이 줄을 타고 내려와 배를 살핀 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바스켓에 태워 헬기로 올라가는 기본적인 절차가 무시된 것이다.

유람선 화재로 부상당한 선원 1명을 인천해경 헬기가 구조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유람선 화재로 부상당한 선원 1명을 인천해경 헬기가 구조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또 기관실 화재와 폭발로 인해 물에 빠진 승객들도 모두 훈련받은 해경 직원들이다. 이들은 구명조끼는 물론 잠수복까지 입고 신호홍염(구조신호를 알리는 조명탄)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들은 대부분 3~4분 만에 구조됐다.

승객 40여 명은 해상 구조 등의 교육을 받고 있는 인천해사고등학교 학생들이다.

119 소방 함정이 불이 난 유함선을 향해 소화포를 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119 소방 함정이불이 난 유함선을 향해 소화포를 쏘고 있다. 인천=임현동 기자

특히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대원을 포함해 5명의 구조대원이 조난당한 배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객실을 제외한 조타실 등 다른 장소를 수색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승객들이 해경 함정으로 옮겨 탈때 일부 승객보다 먼저 옮겨 타는 것도 목격됐다.

해경은 이와 같은 훈련을 전국의 모든 해양경비안전서가 최근 1년 동안 250여 차례 실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호와 같이 침몰하는, 침몰위기에 놓인 상황을 전제로 한 훈련은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는 “훈련 상황이다보니 그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순차적으로 한 것”이라며 “실제 상황이라면 화재진압과 구조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침몰 대비 훈련에 대해서는 “(침몰장면은 없었지만) 구조 훈련에 침몰·침수를 방지하기 위한 훈련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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