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온도, 독거노인 상태 감지 … 농업부터 생활까지 4차 산업혁명 ‘성큼’

지난 11일 오후 5시쯤 농촌 지역인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1리 버스정류장. 버스 이용정보가 전광판에 자세히 안내되는 지능형 정류장이다. 비를 피할 수 있게 돼 있고 벤치도 마련돼 있다. 전광판과 모니터에서는 버스 도착정보 문자가 계속 나오고, 스피커에서도 소리로 도착정보가 안내됐다. 폐쇄회로 TV(CCTV)와 위급상황 시 누르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경광등과 사이렌 시설도 있다. 이 마을 김연순(57) 부녀회장은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도 밤늦은 시간까지 편리하고 안전하게 버스정류장을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도시’ 실험 나선 남양주시 #농가에 스마트팜 시스템 보급 지원 #온도 등 자동 조절해 관리비 줄여 #독거노인 가정 208곳에 감지센서 #주차단속, 교통 수요 예측도 ICT로 #“시민 편의 향상 위해 신기술 활용”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수란원예 농원. 이상민 대표가 비닐하우스 내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진건읍에서 멀지 않은 진접읍 연평리 수란원예 농원은 남양주시와 함께 꽃 재배시설 자동제어시스템을 구축해 재배환경을 과학적이고 편리하게 개선했다. 요즘 뜨고 있는 ‘스마트 팜’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5월 농가가 400만원을 들이고 시가 800만원을 지원해 시설을 갖췄다. 수란원예 이상민(42) 대표는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비닐하우스 천장의 환기창을 날씨와 기온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는 것은 물론 습도·온도·이산화탄소 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게 되면서 인건비와 난방비 등 관리비용이 절감되고 꽃 품질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가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지능형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 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시민 생활, 농업, 행정 등에 접목·시행하고 있다. 시는 혼자 사는 노인의 고독사 예방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 중이다.

진건읍 사능1리 버스정류장. 버스도착정보 안내 전광판은 물론 폐쇄회로 TV, 비상벨등도 설치돼 있다.

직장 때문에 70세 노모와 떨어져 지내고 있는 A씨(35·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일 밤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해야만 안심이 됐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마음이 놓인다. 남양주시가 어머니의 집 안에 활동 감지센서를 설치해 준 덕분이다. 이 센서는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곧바로 보호자인 A씨에게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한다. A씨는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불안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시는 이를 위해 2014년부터 혼자 사는 노인 208곳 가정에 활동감지센서를 설치했다. 연말까지 200곳 가정에 추가 설치한다. 8월부터는 이 기술을 장애인 주차 편의를 돕는 일에도 적용한다. 연말까지 30곳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장애인 차량번호를 인식하는 감지센서를 설치한다. 이를 통해 대상 차량이 아닌 경우 경고 방송을 하고 단속 공무원에게 연락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즉시 해결할 예정이다.

남양주시는 앞서 2014년 9월 빅데이터팀을 만들어 여름철 폭우 비상근무에 적용해 예산을 절감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했다. 또 복지 수요 예측, 교통 여건 개선 등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민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 개선사업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석우 남양주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행정에 도입해 편의성과 안전성을 선도하는 도시를 만들 것”이라며 “시민의 삶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는 데 4차산업 혁명의 기술을 융복합적으로 활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