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상…0.25%P 올려 4%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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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 목표치를 연 3.75%에서 4%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맞춰 시중은행들도 10일부터 예금금리를 0.1~0.35%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우리은행은 연 4.35%→4.5%로, 외환은행은 4.2%→4.4%로, 신한은행은 4.1%→4.35%로 올린다. 국민은행은 연 4.0%→4.1%로 0.1%포인트 올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콜금리 인상의 여파로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금리도 올릴 것"이라고 밝혀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부채가 많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쇄적으로 늘게 됐다.

박승(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성장이 정상 궤도에 들어서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당초 예측대로 5% 성장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콜금리를 중립 수준에 가깝게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콜금리의 중립 수준을 연 4.0~4.5%로 보고 있다.

*** 일본은 0% 유지

이날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현행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찬성 7표, 반대 2표로 지난달과 같은 비율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1~12월 연속으로 0.1% 상승했으나, 디플레이션이 끝났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제로금리를 유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뉴스 분석] "부동산 시장 과열 막겠다" 의지
"경기회복 확인 안됐는데 … " 지적도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치를 연 4%로 끌어올린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을 통해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을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 불안을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회의에서 건설투자를 빼면 수출과 민간소비.설비투자가 모두 호조를 보이는 등 실물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환율과 유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1월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아직은 경기회복세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가계대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4년 말 연 3%대 중반에서 4.2%대까지 오른 상태다.

이처럼 경기회복 기조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시중금리가 올랐는데도 굳이 콜금리를 추가로 올린 것은 부동산 시장 불안과 주식시장 과열 등 자산시장의 버블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금통위는 이날 '콜금리 목표를 인상하게 된 배경'이란 자료에서 "부동산 가격이 일부 지역(서울 강남과 분당)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콜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5월까지는 지방선거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통상 선거에 영향을 미칠 시기에는 금리 조정을 잘 하지 않는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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