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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천국’ 알리바바 탓에 미국은 창업자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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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스라엘 해군 장교 출신인 애덤 노이만은 2010년 2월 사무실 공유서비스업체인 위워크를 창업했다. 30만 달러를 투입했는데 현재 가치는 200억 달러가 넘는다. 서비스 구역은 창업지였던 뉴욕을 비롯해 서울 등 전 세계 36개 도시, 120여 개 지점으로 늘었다.

힘들여 상품개발한 1인 창업자들 #알리바바 입점 복제품에 못 당해 #마윈 회장은 입으로만 처벌 강조

이처럼 미국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창업에 제한이 없다. 기술창업이라면 에인절 투자자와 벤처캐피탈이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어 돈 걱정도 덜 수 있다. 그만큼 확실한 보상을 챙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특허와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확실하고, 지식재산권을 이용한 독점도 너그럽게 용인해주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한데 이런 창업 분위기에 분탕질을 해대는 ‘불량배’가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다.

뉴저지주에서 벨 스레즈라는 아동복 업체를 운영하는 타냐 오스피나(32)는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를 보고 분통이 터졌다. 그는 2014년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인어공주 의상을 58달러에 팔았다. 그러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알리익스프레스 사이트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중국 사업자가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4~8달러에 팔고 있었다. 자신의 딸에게 입힌 사진까지 그대로 베껴 게재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항의했지만 반응이 없다. 그동안 매출은 뚝 떨어졌다.

레깅스를 손수 만들어 온라인에서 팔아온 제니퍼 더햄도 비슷한 유형의 피해자다. 지난해 5월 독특한 디자인을 보태 26∼32달러에 팔아온 레깅스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똑같은 디자인으로 7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알리바바 측에 따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업자의 비즈니스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중국기업과 제품은 암세포와 같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오른쪽)은 지난 1월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만났다. [중앙포토]

알리바바 마윈 회장(오른쪽)은 지난 1월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만났다. [중앙포토]

마윈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일 때 트럼프 타워를 찾아 “쇼핑몰 관련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로부터 “매우 훌륭한 사업가다. 세계 최고”라는 칭찬을 들었다. 실상은 정반대인 셈이다. 창업 현장에서는 치사한 불한당이 따로 없다. 지적재산권은 도난당하고, 난도질되기 일쑤다. 그러고도 모른 척한다. 반성도, 조치도 없다.

마윈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타오바오는 지난해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로 분류됐다. 그러자 마윈 회장은 “타오바오에서 활동하는 기업 수가 439만개로, 알리바바 스스로 짝퉁을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중국 정부에 짝퉁 판매행위에 대해 최대 종신형까지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행동은 입에 발린 해명일 뿐이다. 중국정부는 미국 사업자의 이익을 굳이 우리가 나서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투로 여전히 짝퉁을 방치하고 있다. 마윈 회장 입장에서도 아쉬울 게 없다. 알리바바의 매출은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커졌다. 자신의 재산도 290억 달러로 늘었다.

자료: CB인사이트

자료: CB인사이트

이러니 USTR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인 창업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루이뷔통이나 버버리 같은 럭셔리 글로벌 기업은 막대한 자금으로 변호사를 고용해 알리바바에 대처한다. 이런 경우엔 마윈 회장도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1인 창업가는 그럴 여력이 없어 알리바바의 횡포에 속수무책이다.

중국의 아이디어 빼가기는 이뿐 아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미국 내 첨단 스타트업에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 이들 자본이 투자하는 기업은 주로 로켓엔진·자동운항센서, 휘는 스크린을 만드는 프린트 등 군사적 용도로 전용이 가능한 기술 스타트업들이다. 미 공군이나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하는 스타트업도 꽤 있다. 문제는 이 자본이 중국 국영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지시 하에 움직인다는 얘기다. 2015년에만 100억 달러(약 11조원)가 이런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중국의 미국내 첨단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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