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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에선] 창업의 나라 미국이 중국 땜에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

베끼고 훔치려는 중국에 #속수무책인 미국 창업자들 #중국자본 막대한 자금력 앞세워 #첨단 미국 스타트업에 대거 사들여 # 2015년에만 11조원 투자

2010년 2월 이스라엘 해군 장교 출신의 애덤 노이만이 30만 달러로 창업한 뉴욕의 사무실 공유서비스업체 위워크의 현재 가치는 200억 달러를 넘는다. 지난달 말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받았다. 현재 뉴욕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36개 도시, 120여 개 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할 수 있고, 그 보상을 확실히 챙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기술창업이라면 에인절 투자자와 벤처캐피탈 등이 모세혈관처럼 퍼져있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특허와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확실하고,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독점을 너그럽게 용인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러나 미국의 창업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불량배’가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다.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엄청난 자금을 회수해간 마윈 회장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있는 뉴욕 트럼프 타워를 찾아와 쇼핑몰 관련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로부터 “매우 훌륭한 사업가이다. 세계 최고”라는 칭찬까지 들었다. 그러나 창업 현장에서는 알리바바처럼 치사한 불한당이 따로 없다.

뉴저지주에서 벨 스레즈라는 아동복 업체를 운영하는 타냐 오스피나(32)는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를 보면 속이 답답해진다. 2014년 집에서 사업을 시작해 온라인 사이트를 차려놓고 인어공주 의상을 58달러에 팔았다. 그러나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알리익스프레스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중국 사업자가 똑같은 디자인 제품을 4~8달러에 팔고 있었다. 자신의 딸에게 입힌 사진까지 그대로 베껴가 게재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에 e메일을 띄워 불만을 표시했지만 차일피일 반응을 미뤘고 결국 자신의 매출은 뚝 떨어졌다.

레깅스를 손수 만들어 온라인에서 팔아온 제니퍼 더햄도 비슷한 피해자다. 지난해 5월 독특한 디자인을 보태 26∼32달러에 팔아온 레깅스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똑같은 디자인으로 7달러에 파는 사이트를 보고 분개했다. 알리바바 측에 따졌지만 1년이 지난 뒤에도 중국업자의 비즈니스는 계속 되고 있다. 그는 “중국제품은 암세포와 같아서, 한번 중국에서 퍼지면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온/알리바바 마윈 회장 "무역이 멈추면 전쟁이 시작된다"

온/알리바바 마윈 회장 "무역이 멈추면 전쟁이 시작된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몰의 아이디어 제품을 알리바바의 수많은 사업자 가운데 한 명이 베껴서 저가에 내놓는다. 오리지널 제품은 설 땅이 사라진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또한 이같은 ‘짝퉁’ 상품이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타오바오는 지난해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로 분류됐다. 타오바오는 2011년에도 악덕시장 리스트에 올랐다가 짝퉁 퇴출운동을 하겠다는 알리바바의 약속에 따라 이듬해 블랙리스트에서 빠질 수 있었다. 마윈 회장은 “2016년 타오바오에서 활동하는 기업 수가 439만 개로, 알리바바 자체로 짝퉁을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중국 정부에 짝퉁 판매행위에 대해 음주운전처럼 최대 종신형까지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미세먼지가 중국발인지 좀더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사업자의 이익보호에 적극 나설 리도 없고, 마윈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알리바바의 매출은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커졌고, 자신의 재산 또한 290억 달러로 늘었다.

USTR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인 창업가 보호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루이뷔통과 버버리 등 럭셔리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고용한 변호사들을 통해 권리 보호에 적극 나설 수 있고, 마윈 회장도 이들의 요구를 저버리기 힘들다. 그러나 1인 창업가들은 알리바바라는 거인과의 싸움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아이디어 빼가기는 또 있다. 중국자본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내 첨단 스타트업에 앞뒤 안 가리고 투자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대부분은 국영 기업이어서 중국 정부의 지시하에 움직인다. 2015년에만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했을 정도다. 중국 자본이 투자하는 업체가 주로 로켓엔진ㆍ자동운항센서, 휘는 스크린을 만드는 프린트 등 군사적 용도로 전용이 가능한 기술 스타트업들이다. 미 공군과 항공우주국(NASA)와 협업을 하는 스타트업도 꽤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중국의 미국내 첨단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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