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오른 고용률…마냥 반가운 일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는 11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재정운용성과 워크숍을 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해 왔다는 자평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는 높은 고용률을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음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60.2%로 전년동월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은 4.2%로 전년동월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신호라며 고무적인 분위기다. 


과연 그럴까? 사실 좀 더 긴 흐름에서 보면 고용률과 실업률은 둘 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2010년 이후 3월 고용률이 60%대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월 실업률 역시 지난해보단 소폭 감소했지만 2012년 이후 3년 간 3%대를 유지하다가 2015년 이후 4%대가 굳어지고 있다.

고용율 오르고 실업률 낮아졌다는데 #고용률 높아졌다고 경기 회복 단언 못해 #취업자 늘었지만 자영업자도 크게 증가 #실업률도 계절적 요인 따라 통계 착시

고용률과 실업률은 꼭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다. 둘은 범주가 다르다. 15세 이상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한다. 경제활동인구는 또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뉜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의 비중이고,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중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5세 이상 인구와 경제활동인구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관건은 취업자와 실업자의 변동이다.

지난해 12월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부산 일자리 구하는 날' 행사 참석자들이 줄을 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부산 일자리 구하는 날' 행사 참석자들이 줄을 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고용률 상승을 추세적 상승으로 분석한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유의미하게 크게 늘어난다기보단 조금씩 증가하는 상황인데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끝나지 않았고, 경기 부진에 따라 실업자도 늘고 있기 때문에 고용률이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년째 대학진학률이 꾸준히 낮아져 학생 수가 줄어든 것도 고용률의 점진적 우상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설명대로 취업자는 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취업자도 자세히 뜯어보면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더욱 이례적인 건 자영업자의 증가다. 최근 전체 취업자 중 증가 속도 가장 가파른 건 임금근로자가 아닌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다. 지난 2월 임금근로자가 전년동월대비 16만2000명(0.8%) 늘어나는 동안 자영업자는 21만3000명(4.0%)이나 늘었다. 3월에도 자영업자는 12만7000명 증가했다. 특히 별도 고용을 하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가 7만명이나 늘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 경제활동에 뛰어들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60세 이상 실업률 크게 증가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이른 퇴직으로 새 일자리를 찾으려는 중장년이 많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 찾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업률은 고용률보다 경기와 더 관계가 깊다. 전문가들은 소득 정체와 불황으로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헤매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청년층 역시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실업률에도 통계의 착시가 있다. 2~3월의 실업률이 다른 때보다 높은 건 계절적 요인이 크다. 졸업 이후 구직활동에 나서는 청년층이 늘고, 각종 시험도 이 시기에 몰려 있어 실업자로 분류되는 인구가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정부 정책이 일시적으로 실업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성재민 실장은 “취업성공패키지 등 청년층 대상의 구직 촉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면 실업률도 높아진다”며 “단기적으로 실업자로 분류되지만 구직단념자를 노동시장 안으로 끌어온다는 측에선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실업률 하락도 무조건 좋게만 볼 건 아니다. 특히 청년실업률의 하락은 취업난에 구직 자체를 아예 포기하는 청년이 급증하면서 생기는 ‘착시’일 수 있다. 실제로 청년 중 장기 실업자와 구직단념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3월 구직단념자는 46만7300명으로 지난해 3월(43만1400명)보다 8.4% 증가했다. 일할 의지를 잃고 아예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