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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군의 야당참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승화전육군참모총장의 민주당입당은 세간에 두가지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같다.
하나는 12·12사태와 관련해 그대표적인 희생자가12·12사태의 주도세력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정당에 가입했다는사실이다. 여기에는 논리상 모순이나 비약이 없어 의외성보다는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할수있다.
또 다른 반응은 미묘한 정치적 입장을 떠나 「전직고관」이 야당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다.
바로 이런 반응들은 우리나라정치의 겉과 속에 함축되어 있는 특이성이랄까,한국적 현상의 단면을 보는 것같아 어딘지 기묘한 느낌도 갖게된다.
세간에선 이제까지 12·12사태에 대해 큰소리보다는 될수록 작은 소리로만 얘기해 왔었다. 물론 정치무대에선 진작부터 큰소리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듣는쪽에선 그보다 더 큰 목소리로 떠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장군의 야당입당은12·12사태에 대한 평가를 말없는 웅변으로 보여준 셈이다.그점에서 국민들은 충격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같다. 이제 10·26과 12·12사태의 착잡한 상황들이 국민들의 뇌리에 되살아 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서 한가지 주목해야할 문제는 정강군의 정치적 운신이 이번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과거 지향적인 양상으로 돌려놓고 있다는 사실이다.이 시점에서 과연 그것은 바람직한 일인지 냉철히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를 재판하기위해 헌법을 고치고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뽑으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선거는 어디까지나 미래를 향한·전진이어야하고 발전을위한 의식이어야 한다.
물론 과거의 평가없이 새로운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 그럴수록 뒤를 돌아보는 시간과 노력 못지않게 미래의 비전을 찾는데도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정치적 과도기에 모처럼 가만히 있는 군을 정치마당의 한 가운데로 끌어내 새삼 시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무엇에 보탬이될지 얼른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재단은 투표 하나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민주주의다.
두번깨 반응, 곧 전직고관의 야당입당에 대해서는 더없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선 야당에 참여하는데는 적어도 패가망신의 각오와 개인적인 용기, 그리고 모험심까지도 가져야 했다.더구나 한때나마 정부에 몸담았던 고관들에겐 더 가혹할 정도의 용단과 생사결단의비강한 각오가 요구되었다.
바로 그런 현실이 야당을 정책정당보다는 투사들의 수용소로 만들었다. 그것은 우리나라 헌정사의 비극을 가져온 원인도 된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한다면누구든 자신의 신념과 자유의사대로 정당을 선택하고 참여할 수었어야 한다.그런 가운데 야당도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출 수있고 정책다운 정책도 개발할 수있다.
이것은 그나라 정치안정과 사회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그런 관점에서 전직고관의 야당참여는 눈흘길 일만은 아니다.
아뭏든 정강군의 야당참여는 정치악순환과 정치혼란의 악몽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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