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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능청 연기에 속이 뻥 뚫렸나요

중앙일보

입력

'로맨틱 가이'에서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거쳐 이번에는 '코미디'였다.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삥땅(횡령)' 전문 경리과장의 역할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배우 남궁민(39) 얘기다.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지난 1월 시청률 7%로 시작한 '김과장'은 남궁민의 연기에 힘입어 시청률 17.2%로 지난달 30일 종영했다. 11일 오후 1시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궁민은 "드라마를 마친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혈색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12월부터 정말 하루도 못 쉬어서 지금은 영화를 보거나 운동하며 쉬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김과장’ 김성룡 역 남궁민 #“극 중 촌티 패션 모두 내 아이디어 #늘 칼날 날카롭게 가는 배우될 것”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남궁민[사진 935엔터테인먼트]

드라마 '김과장'은 한 나이트클럽의 회계 담당이었던 김성룡(남궁민 분)이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회사의 부정과 싸우는 얘기다. 남궁민이 연기한 '김성룡'은 능청맞고 뻔뻔스러우면서도 웃기고 때로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팔색조' 캐릭터다. 남궁민은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나와 가장 다른 역할이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김성룡이 아닌 남궁민의 행동이 나와 매 순간이 긴장이었다"고 말했다.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남궁민[사진 935엔터테인먼트]

실제 남궁민은 '김성룡'과 달랐다. 짧은 질문에도 손을 턱밑에 갖다 대고 눈을 위로 올리며 자주 생각에 빠졌고, 1초에 3음절 정도만 내뱉는 속도로 신중하게 답했다. 그만큼 남궁민은 캐릭터 분석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남궁민은 "김성룡의 헤어 스타일과 패션 등 모든 것을 컨셉을 제가 다 잡았다. 옷은 강남역 근처 구제가게에 가서 하나에 만원도 안 하는 옷을 골라 샀고 머리도 정말 시골에서 하는 것처럼 촌스러운 노란색을 찾으려고 했다"며 "노란색 컨버스화는 부산 지역에 특별 주문까지 해서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궁민은 "답답한 시국 속에서 그런 촌스러운 '김성룡'이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을 했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점점 드라마에 힘이 붙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남궁민[사진 935엔터테인먼트]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남궁민은 연기 17년차다. 데뷔 이후 '청담동 앨리스'(2012), '로맨스가 필요해 3'(2014) 등 주로 '로맨틱 가이'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로맨틱 가이'라는 반복된 이미지 탓인지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남궁민에게 전환점이 된 작품이 2015년 '냄새를 보는 소녀'와 후속작 '리멤버-아들의 전쟁'이었다. 남궁민은 두 드라마에서 사이코패스 악역을 연기해 당시 "실제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이후 남궁민은 데뷔 16년 만에 '미녀 공심이'(2016)를 통해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을 꿰차며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고, 이번 김과장을 통해 '코미디'로 정면 승부를 봤다.

지금은 '베테랑' 배우지만, 남궁민의 원래 꿈은 그저 '대기업 입사'였다.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 등 부모님도 그러길 바랐다. 이때문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수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로 접한 'MBC 탤런트 공채'에 응시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남궁민은 "MBC 공채 시험에서 한석규 선배님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연기한 유치장 소동 장면을 연기했는데 감정이 과잉됐는지 면접관이 바로 나가라고 하더라"며 "그런데 그 순간 공부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재미가 느껴지더라. 그때부터 연기자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남궁민은 "이번 김과장을 찍기 전까지 '연기적으로 완성되고 있구나' 스스로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이번 연기를 '감정을 표현할 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이 없구나'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부족한 걸 알게 되니 20대 때 술자리에서 연기 얘기만 했던 열정을 다시 되찾게 됐다. 만족하지 않고 항상 칼날을 날카롭게 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다음 작품은 더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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