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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용광로에 찬물 끼얹는 인사 제가 직접 나서 치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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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에 사용하지 않던 '분골쇄신' '사즉생' 등 강한 단어도 쓰기 시작했다. 선거대책위원회와 민주당간 갈등을 다잡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상승세를 차단하려는 의도다.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문 후보의 얼굴엔 피곤이 가득했다. 전날 16개 언론사와 7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한 뒤 늦은시각 귀가한 뒤 이른시각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면시간이 부족한 데다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하느라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이날 단호한 어조로 당과 캠프간 갈등에 일침을 놨다. 선대위의 본부장 자리를 놓고 당과 캠프의 인사가 격하게 자리다툼을 하고, 기싸움을 한 데 대한 경고였다. 문 후보는 “선대위 구성관련 당내 갈등은 국민앞에 송구하고 면목없는 일”이라며 “어제를 끝으로 어떤 잡음도 있어선 안된다는 당부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오늘 이후로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다면 누구라도 좌시하지 않겠다. 통합과 화합에 저해하는 걸림돌은 제가 직접 나서서 치우겠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써가며 단속에 나선 것이다.


문 후보는 추미애 대표에 대해서도 공개발언을 했다. 그는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께 각별한 부탁을 드린다”며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을 비롯한 본부장단, 각 캠프 책임자들과 상의해서 소외감을 느끼는 분이 한 분도 없도록 잘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선대위에는 위기감이 흘렀다. 회의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고 부산한 모습이었다. 오전 8시에 열리는 비공개 사전회의장에 참석한 선대위 본부장들은 “신문 가져오라”는 지시를 반복해서 했다. 당일 조간에 보도된 각종 여론조사와, 문재인 후보 인터뷰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신경민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여론조사 안철수 후보로 보수표가 몰리는 흐름을 예상은 했지만 그 흐름이 생각보다 강했다”며 “전략 미세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어제 저녁 이미 여론조사 결과들은 확인했다”며 “흔들림 없이 가되 전략적 고민은 더 필요하다는 생각들이 있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남은 한 달 우리는 두 가지와 맞서야 한다. 하나는 정권을 연장하려는 부패 기득권 세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자신”이라며 “낙관과 안이, 자만과 오만을 버리고 매일 긴장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 측을 향해서는 “전 세계 어느 선거에서도 ’누구는 안 된다‘고 해서 집권한 정치세력은 없다”며 “이럴수록 우리는 비전과 정책으로 진짜 정권교체가 뭔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10년간 절치부심 했다. 이번에 정권교체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죽기살기의 각오, 분골쇄신, 사즉생 각오로 반드시 이기자”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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