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습 하루 만에 시리아 정부군 측 폭격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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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의 시리아 공습 하루 만인 지난 8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의 우룸 알-조즈에서 시리아 정부군 측 소행으로 보이는 공습이 벌어져 민간인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미 CNN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지난 4일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89명이 숨졌던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도 공습이 재개돼 여성 1명 등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 모두 시리아 반군이 장악 중인 지역으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정기적인 공격을 받아왔다. 시리아 인권관측소 관계자는 “전투기의 형태와 비행 방향, 포탄 형태 등을 볼 때 공습이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 폭격기로 보인다”고 밝혔다.

화학무기 공격 지역 등에 공습, 민간인 최소 16명 사망 #미 언론 "트럼프, 의회 승인 없이 충동 작전에 우려 커져"

이날 시리아 관영통신은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정상적으로 이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7일 새벽 미국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공격에도 불구하고 정부군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시 공습 때 활주로 등 핵심 인프라가 아닌 수리 중이던 전투기 6대와 기지 내 격납고 등이 파괴된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의 미사일 공습이 “시리아의 추가적인 화학무기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명령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이 밝힌 후 “미국은 필요하고 적절하다면 중요한 국익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습이 ‘경고 메시지’ 차원이며 필요에 따라 추가 공습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지중해에서 미 해군 구축함 로스호(USS Ross)가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7일(현지시간) 지중해에서 미 해군 구축함 로스호(USS Ross)가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의 반격이 곧바로 재개됨에 따라 미 언론과 정치권 등에선 이번 공습 작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트럼프가 이번 공격 결정을 내리기까지 쌍둥이 남매를 잃은 시리아 남성 등 두 장의 참혹한 사진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백악관 보좌진의 말을 비중있게 조명했다. 트럼프가 평소 문서 보고보다 이미지나 그래픽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민주당 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가) 의회 승인도 없이 충동적으로 작전을 벌인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한편 시리아 정부군의 우군 역할을 해온 러시아는 미국의 기습 공격에 거세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가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보리의 동의 없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의 해·공군 능력 강화 차원에서 흑해함대 소속 4000t급 호위함 ‘아드미랄 그리고로비치’을 곧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입항시키는 한편 시리아군의 방공 시스템 강화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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