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원이 민원실에 "촛불이 이긴다" 인쇄물 붙여, 정치중립의무 위반으로 고발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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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시민이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사무실 책상에 붙여놓은 공무원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2월 한 70대 시민이 수원지검에 고발장 제출 #"법원 민원실 직원이 촛불집회 지지 스티커 붙이고 일해" #수원지검 "조사 중" , 행자부 "사실 관계 파악 후 판단"

 9일 수원지검 공안부(정영학 부장검사)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70대 시민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공무원을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검찰에 냈다. 이 시민은 "수원지법 종합민원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컴퓨터 앞에 촛불 집회를 지지하는 인쇄물을 붙여놨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니 당장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민은 법원을 방문했다가 인쇄물을 보고 "당장 떼라"며 공무원과 언쟁까지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 될 것 없다"는 공무원의 답변에 화가 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과 이 직원을 고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직원이 부착한 인쇄물은 종이컵 속 촛불 모양의 형태로 '촛불이 이깁니다. 대선 투쟁승리, 10대 요구안 쟁취, 박근혜 나쁜 정책 폐기' 등이 적혀있다. 전공노가 배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공노와 해당 공무원은 검찰에서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의미"라며 "인쇄물 부착 등은 노조의 일상 사업 활동이라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며 정당가입, 집단행동 등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전공노 광주본부가 광주시청과 5개 구청 청사 외벽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행정자치부가 고발과 징계절차에 착수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 등을 놓고 정치적으로 의견이 양분된 상태라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기소유예 등 경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전공노의 스티커 배포ㆍ부착 과정 등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에 중립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돼 해당 공무원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염태정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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