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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급소를 노려라 … ‘이안제안’ 전략에 안보 이슈로 맞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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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호 06면

[대선 D-30] 주자들 주말 총력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일 서울 마포의 한 호프집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에서 첫째) 등과 ‘호프 회동’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8일 한양대에서 미세먼지 정책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교수·학생들과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신인섭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일 서울 마포의 한 호프집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에서 첫째) 등과 ‘호프 회동’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8일 한양대에서 미세먼지 정책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교수·학생들과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신인섭 기자

대선 D-30을 하루 앞둔 8일 대선후보들은 주말을 맞아 전국을 돌며 한 표를 호소했다. 각자의 행보는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낮엔 경북과 강원도 등 보수 표심이 강한 지역을 들른 데 이어 저녁엔 서울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경선을 함께 치른 후보들과 화해의 ‘호프 회동’을 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안제안 (以安制安) : #안희정으로 안철수를 제압함 #文, 안희정·이재명과 화해 ‘호프 회동’ #安, 안보 내세워 중도·보수에 러브콜 #홍준표, 친박계 아우른 선대위 구성 #유승민은 2주 연속 TK 표밭 갈이

이에 맞서 안 후보도 연일 안보 이슈를 앞세우며 맞불을 놓고 나섰다. 문 후보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외교안보 분야를 집중 부각해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중도·보수 표심을 견인하겠다는 심산이다. 전날 군부대 방문에 이어 이날 미세먼지 간담회 슬로건도 ‘환경이 안보다’고 내거는 등 안보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서울과 경북에서 지지층 확보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황제적 패권정치” vs “대세론 무너지니”

문 후보가 지난 7일 충남 홍성과 경기도 성남을 직접 찾아가 안 지사와 이 시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호프 회동까지 연이틀 화합 행보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안 후보의 급상승 추세를 최대한 빨리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문 후보 측근도 “지금 당장은 급한 불을 끄면서 불길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조치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특히 대연정 발언 등으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안 지사의 표가 민주당 경선 이후 곧바로 안 후보에게 상당 부분 넘어간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확인되면서 안 지사에게 급히 SOS를 치게 됐다는 후문이다. 한마디로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차용한 ‘이안제안(以安制安·안희정으로 안철수를 제압함)’ 전법을 들고 나온 셈이다.

문 후보도 이날 안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안 지사가 주는 술은 통합의 술이고 이것이 바로 정권교체를 위하는 길”이라며 안 지사와 소맥을 원샷했다. 이에 전날 자신을 찾아온 문 후보에게 “사랑하는 사이는 원래 서로 다투면서 깊어지는 것”이라고 화답했던 안 지사는 이날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문 후보와 함께 정권교체 승리를 위하여”라고 건배 제의를 하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안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날 한양대 기상변화센터에서 열린 미세먼지 정책 간담회에서 안 후보는 “미세먼지를 국가 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하겠다”며 6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안보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란 점에서 환경도 안보”라며 안보 이슈를 거듭 부각시켰다. 안 후보 핵심 참모는 “외교안보 이슈가 이번 대선의 중요 쟁점이 될 것이란 판단과 중도·보수층도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안 후보가 안보 분야에서 문 후보에게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 등이 결합된 행보”라고 설명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점에서 상대의 급소를 먼저 노리겠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날 양측의 공방도 한층 가열됐다.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안 후보의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국가 중대 현안을 당내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바꾸고도 내가 하면 괜찮다는 태도는 독선적인 황제경영식 패권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를 좇아 국가 중대사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꾸는 지도자를 국민이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안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안 후보가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명백한 국민 모독”이라며 “5년간 준비한 게 고작 네거티브와 국민을 적으로 만들기냐. 대세론이 무너지니 이성도 따라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네거티브의 수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는 끝장 토론에 즉각 응하라”고 촉구했다.

보수 적자 놓고 기세 싸움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난타전을 벌이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 후보들도 전열을 정비하며 본격 대결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특히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보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보수 적자(嫡子)’ 자리를 둘러싸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홍 후보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선대위 구성을 완료했다. 친박계와 당 중진이 대거 포함된 게 특징이다.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김문수 전 비대위원, 정진석 전 원내대표, 홍문종 전 사무총장, 나경원 의원 등이 공동중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당 관계자는 “권역별로 인지도 높은 중진이라면 친박계·비박계 가리지 않고 모두 다 현장에 투입한다는 게 홍 후보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홍 후보는 이날 발대식에서 아무런 발언도 하지 못했다. 경남지사 사퇴를 미루면서 공직선거법상 공개 연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중앙선관위가 홍 후보에게 선거법을 준수하라는 공문을 보낸 터였다. 이에 바른정당도 즉각 논평을 내고 “팬터마임 선거는 그만두고 즉각 사퇴하라”며 홍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날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유 후보도 “선대위 명단을 보니 한마디로 ‘도로 친박당’임이 증명됐다”며 “진작 없어져야 할 정당이 아직도 전직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 후보는 후보 확정 이후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주말을 맞아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으며 안방 표심 공략에 나섰다.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텃밭인 TK의 표심을 되찾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유 후보 측근은 “대선 승리는 물론 5월 10일 이후 급변할 정치지형을 감안할 때 새로운 보수 세력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TK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유 후보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유 후보는 TK지역에서 15%의 지지를 얻으며 홍 후보(14%)와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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