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上命下服'폐지, 검찰개혁 계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법무부 정책위원회가 검사동일체 원칙을 담고 있는 검찰청법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곧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니 검찰 개혁의 걸림돌 중 하나가 없어지게 됐다.

현행 검찰청법(제7조)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사에 따라 구속이나 기소 여부의 기준이 들쭉날쭉한 것을 막아 검찰권 행사의 통일과 균형을 잡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선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상명하복(上命下服) 조항에 얽매여 경직된 검찰 구조를 심화시켰다. 특히 정치적 사건인 경우 검사 개개인의 공정하고 소신있는 사건 처리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검사의 권한 행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통로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부작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꼬리를 문 크고 작은 게이트 재수사와 특검 조사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0년 11월 '정현준 게이트' 수사 때는 서울지검 특수부의 한 검사가 당시 국정원 간부의 금품수수 혐의를 밝혀내고서도 상부의 재가를 받지 못해 수사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이듬해 9월 재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서울지검의 무혐의 결정(2000년 5월)과 신승남 전 검찰총장 동생에 대한 대검의 무혐의 결정(2001년 9월) 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명하복 조항을 없애고 상사의 위법.부당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항변권을 준다고 해서 검찰 개혁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검찰청법 개정작업은 검찰 개혁의 시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검찰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본다. 윤창열 게이트나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사건 등의 수사에서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털어내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