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청문회 빼먹고 방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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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선 "뭐가 그리 급해 청문회를 뒷전에 두고 방북했나"는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특히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린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해당 상임위원장이 빠진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통외통 위원장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보다 바쁜 일이 있느냐"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임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통외통위 위원장 자격으로서가 아니다. 여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장 자격으로 가는 평양행이었다. 열린정책연구원 사무처장도 동행했다. 결국 임 위원장은 상임위원장 대신 열린우리당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청문회 일정이 잡히기 전에 방북 일정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번 방북은 조국통일연구원의 초청에 의해 학술 교류를 논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지난달 중순 실무자들 간의 협의에 의해 일정이 정해졌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고민 끝에 방북 일정을 미루지 않고 출발 직전까지 인사청문회 사회를 봤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말이 임 위원장의 '직무 유기'에 대한 해명이 되진 못한다. 부적절한 방북 시점과 동행 의원 중 대북전문가가 없는 점, 방북 사실을 홍보하지 않은 점 등이 맞물려 오히려 방북 목적에 대한 궁금증만 무성하게 만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의 사전 정지 작업용 아니냐"는 추측 등이다. 어렵사리 정상화된 국회나 인사청문회의 의미를 좀 더 숙고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이가영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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