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몰고다니며 "휘발유 넣어주세요"…'혼유주입 보험사기'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경유차에 휘발유를 주유하도록 유도해 ‘기름혼합사고 보험금’을 빼돌린 보험사기범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연식 오래된 수입차로 혼유사고 유발 #3년간 총 6억2000만원 보험금 ‘줄줄’ #‘유종 스티커’ 일부러 제기하기도

금융감독원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혼유사고 보험금이 청구된 7423건의 사고를 전수분석해 20명의 보험사기 혐의자를 적발했다. 이들이 유발한 혼유 보험사기는 총 66건으로 6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조사 결과 이들은 1인당 평균 3.3건의 혼유사고를 유발해 사고 한 건당 평균 94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중 보험사기 혐의자로 적발된 이모(33·남)씨는 크라이슬러300C 등 수입 경유차량 2대를 몰고 다니며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주유해달라고 요청해 6건의 혼유 사고를 유발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이씨가 빼돌린 보험금은 6700만원에 달했다. 또 다른 혐의자 김모(24·남)씨 또한 같은 방법으로 7건의 혼유 사고를 유발해 63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통상 경유 차량의 연료주입구 직경은 3~4cm 크기다. 또 휘발유 주유기의 직경이 1.9cm 안팎인 만큼,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할 수 있다. 반면 휘발유 차량의 연료주입구 직경은 2.1~2.2cm 안팎으로, 경유 주유기의 직경(2.5cm)보다 작다. 대다수의 혼유 사고가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넣는 패턴을 보이는 이유다.

금감원에 적발된 혼유사고 혐의자들은 모두 경유차량을 몰고 다녔다. 이들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어달라’고 요청하거나, 유종을 혼동한 주유원이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는 것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방법으로 혼유사고를 유발했다. 이들이 몰고 다닌 외제차는 대부분 유명 해외브랜드 차량이지만, 실상 연식이 오래된 저가의 중고차였다. 대부분 3만원 이하의 소액만 주유한다는 점도 공통된 특징이었다. 또 주유원들의 혼동을 유발하기 위해 연료주입구에 부착돼 있는 유종 스티커를 일부러 제거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혼유사고 보험사기범들의 특징으로 주유소에 차량수리를 맡기는 대신 직접 수리비를 요구한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일반 차주들 중 혼유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주유소를 통해 차량수리를 맡기는 비율은 94%에 달했다. 반면에 보험사기 혐의자 중 ‘직접 수리하겠다’며 수리비를 요구한 비율이 76%나 됐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자체 적발한 보험사고 혐의자 20명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향후 혼유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한 기획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