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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교수 찾아가 다짜고짜 "학장에게 연락받으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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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구속 중인 이화여대 류철균 교수에 대해 최순실·정유라씨 모녀와 공모해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4일 열린 류 교수에 대한 2차 공판에서 특검팀은 "류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김경숙 전 학장과 공모했다고 했는데, 이를 김경숙·최순실·정유라씨와 공모했다고 바꾸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최씨 모녀가 류 교수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부탁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공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류 교수 변호인은 "최씨 모녀가 찾아온 것은 맞지만 1분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1분동안 만나면서 정씨에게 온라인 강의를 들으라고 한 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공모가 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사무실에 찾아온 최씨가 독일에서 온라인 강의 듣는 방법을 물어 류 교수는 "온라인 강의는 다른 곳에서 관리해 나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면서 정씨가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당시 상황에 대한 변호인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류 교수는 정유라씨에게 '고등학교 때 인터넷 강의 들어보지 않았느냐. 파일을 다운로드받아서 들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최씨가 정씨의 팔을 잡고 나간 게 전부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온라인 강좌인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을 담당하면서 정씨가 시험을 보지 않았는데도 위조 답안지와 허위 성적표를 통해 정씨가 학점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류 교수는 김 전 학장으로부터 학점 특혜 부탁을 들은 뒤였기 때문에 최씨 모녀의 방문 목적을 모를 수 없다면서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검팀은 "최씨는 류 교수 사무실에 가자마자 '학장한테 연락받으셨죠'라면서 다짜고짜 독일에서 인터넷이 안 된다는 말을 했다"면서 "인터넷이 안 돼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한 것은 학점을 취득하게 해달라는 부탁이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류 교수는 최씨 모녀가 찾아오기 전 김 전 학장으로부터 "최순실씨의 딸이 입학했는데 당신 강의를 들으니 학점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다. 특검팀은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최씨 모녀가 학점 특혜를 부탁하러 왔다는 것이 합리적 추정이다"고 당시 만남을 네 사람 간의 공모로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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