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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볍게, 더 멋지게…이게 바로 런던 스타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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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면

트로피컬 개버딘으로 만든 버버리의 신상 트렌치코트.

트로피컬 개버딘으로 만든 버버리의 신상트렌치코트.

트렌치코트라는 보통 명사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 옷을 그냥 ‘버버리’라고 부른다.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 부르는 것처럼, 고급 로션 화장지를 크리넥스라 부르는 것처럼.  

‘버버리’가 된 트렌치코트

보통 명사가 된 고유 명사는 힘이 세다. 시장을 이끌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힘과 의무와 책임이 그들에겐 있다.

버버리(Burberry)라는 말에서 우리는 어느새 TV속 멋쟁이 유럽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깃은 슬쩍 올리고 벨트는 살짝 묶은 채 어딘가로 바삐 걸어가고 있는 세련된 스타일의 남자와 여자들 말이다.

버버리 2017년 2월 컬렉션 런웨이 중 트로피컬 개버딘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온 모델.  

버버리 2017년 2월 컬렉션 런웨이 중 트로피컬 개버딘 트렌치코트를 입고나온 모델.

그런가 하면 누군가에게 버버리는 갑옷이다.  안방 거울 앞에서 그 옷을 맨 마지막으로 걸치는 것은 세상과 싸우러 나가는 일종의 경건한 의식일 터다. 단추를 잠그고 옷깃을 여미면서, 얇고 가벼우면서도 한없이 질긴 이 옷감이 거친 세상에서 우리를 끝까지 지켜주리라는 염원을 함께 봉인하는 것이다.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1835~1926)가 1856년 약관 스물하나의 젊은 혈기로 버버리를 창업할 때도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대부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영국 특유의 스산하고 음울한 날씨와 맞서 싸워보겠다는 심정 아니었을까. 비바람을 막아주면서 통기성이 뛰어난 가벼운 직물, 개버딘(Gabardine)을 만들어낸 마흔 넷(1879년)의 토마스 버버리가 얼마나 의기양양했을지 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낌이 온다.

가볍고 온화한 기후에 맞는 소재 트로피컬 개버딘

그 전에는 눈비 속에서 일하기 위해 옷감에 고무를 입히거나 왁스를 칠해야 했으니 그 옷이 얼마나 무겁고 뻣뻣하고 불편했으랴. 토마스 버버리가 발명한 직물 개버딘은 이런 불편함을 일소했다. 결이 고운 코튼을 1센티미터 안에 100번 이상 짠 촘촘한 공정으로 만들어 비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고 작은 바람 구멍들 덕분에 통풍성도 좋아 1888년 특허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는 부단한 소재 개발에 나섰다. 19세기 말까지 색상뿐 아니라 중량까지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다양한 기후와 조건에도 맞춰나갔다.

 좀 더 온화한 기후에 어울리는 개버딘도 새로 만들어냈다. 섬세한 실가닥(gossamer thread)을 이용해 더 가벼워진 트로피컬 개버딘(Tropical Gabardine)이었다. 따뜻한 촉감의 캐멀 플리스(camel fleece)와 함께 결합하면, 트로피컬 개버딘은 추운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얇은 가죽 심을 넣으면 ‘아무리 혹독한 날씨라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소재’라고 평가받았다.

 북극이나 남극 같은 오지 탐험에 나서는 모험가들이 이 새로운 소재를 놓칠 리 없었다. 노르웨이 극지방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Dr. Fridtjof Nansen)은 1893년 프람호(Fram) 탐험을 준비하면서 가벼우면서도 방한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개버딘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난센은 과거 극지방 탐험에 관습적으로 착용했던 모피나 가죽 제품보다는 개버딘을 여럿 겹쳐 입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그 해 후반 북극권 탐험 항해를 떠나면서 레귤러 개버딘 뿐 아니라 트로피컬 개버딘을 100야드나 가지고 갔다.

버버리가 2017년 2월 컬렉션 런웨이에서 선보인 트로피컬 개버딘 카코트를 입고 지난 3월 16일 오후 서울 청담동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에 참석한 탤런트 이상윤. 

버버리가 2017년 2월컬렉션 런웨이에서 선보인 트로피컬 개버딘 카코트를 입고 지난 3월 16일 오후 서울 청담동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에 참석한탤런트 이상윤.

트로피컬 개버딘은 종종 여성용 골프웨어 및 사냥 가운을 만드는데도 쓰여졌는데, 이는 트로피컬 개버딘이 활동하기에 충분히 가볍다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무지갯빛 팔레트

버버리는 2017년 2월 런웨이와 메인라인 컬렉션을 통해 트로피컬 개버딘으로 만든 남녀 싱글 및 더블 브레스트 트렌치코트와 남녀공용 카 코트(car coat) 신상품을 선보였다. 유연성과 볼륨감을 더하기 위한 텀블 공정을 마친 것들이다. 카 코트는 남성의 전통 여밈 부분에서 참고해 버튼이 왼쪽을 향하도록 손으로 바느질 작업을 마쳤다.

디테일을 과장함으로써 트렌치코트의 넉넉한 느낌을 강조했다. 비대칭적인 실루엣은 강조된 견장으로 완성되고, 스톰 쉴드(storm shield)는 양쪽 어깨에 늘어뜨려 멋을 더했다. 실루엣은 옷감의 가벼움과 유연성을 보여주기 위해 언라인드(unlined)로 마무리했다.

 서로 다른 색상의 날실과 씨실을 사용한 덕분에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무지갯빛 팔레트는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완벽한 색상을 확보하기 위해 직조 전 날염하지 않은 소재 상태에서부터 옷감의 완성 전과 후까지 공정의 모든 단계에서 빈틈없는 검수는 기본이다.

버버리 2017년 2월 컬렉션 캠페인. 여자 모델이 착용한 제품이 컬렉션에서 공개된 트로피컬 개버딘 트렌치코트다. © Burberry/Josh Olins

버버리 2017년 2월 컬렉션 캠페인. 여자 모델이 착용한 제품이 컬렉션에서 공개된 트로피컬 개버딘 트렌치코트다.ⓒ Burberry/Josh Olins

 여유로운 핏의 트로피컬 개버딘은 시즌을 아우르는 스타일을 제공한다. 입는 사람이 날씨에 맞는 룩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온화한 기온에도 알맞고, 추운 날씨에는 레인웨어를 레이어드해 따뜻하게 입을 수도 있다.

 묶거나 버클을 채울 수 있는 사이드 스트랩 잠금 및 실용적인 안쪽 지거 버튼 (jigger button)을 앞면에 드레이핑한 몇몇 트렌치코트의 디자인도 신선하고 색다른 맛을 준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버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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