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생산인구 감소…물가상승률 떨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줄면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무는 일본을 닮아간다는 뜻이다.

고령화로 집값 하락, 수요 둔화 #생산인구 비중 연 0.5%p 감소로 #물가상승률 0.01%p 하락 효과 #

강환구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장은 4일 ‘인구구조 변화가 인플레이션 장기 추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매년 평균 0.5%포인트 떨어지면 2020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연 0.01~0.03%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그동안 꾸준히 상승해 2016년 정점(73.4%)을 찍었다. 올해부터는 하향 곡선을 그려서 2060년엔 49.6%로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가 2020년부터 물가상승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는 여러 경로로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경우엔 1990년대 거품 붕괴로 주택가격이 급락한 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이어졌다. 한국에선 아직까진 주택가격이 추세적인 하락세는 아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좀 더 진전되면 주택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거란 전망이다.

고령화는 만성적인 수요침체도 불러온다. 젊은 세대는 주택·교육ㆍ교통·통신 같은 수요진작형 자본투자에 지출이 많지만 고령층의 소비는 보건·의료·여행 같은 서비스 지출에 집중된다. 이러한 소비의 변화가 수요둔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고령층 증가로 인해 복지지출 등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물가 하락 요인이다. 일본은 고령화가 장기간 진전되면서 재정적자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이것이 장기침체로 연결되면서 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재정부담을 메우기 위해 내야할 세금이 늘어나는 것도 소비 위축과 물가 하락을 부추기게 된다.

고령화 심화가 실질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가지 해석이 나온다. 한쪽에선 노동력 공급이 줄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할 거라고 본다. 다른 쪽에서는 숙련된 고령층이 은퇴를 하거나, 고령층이 저임금·저생산성 분야에 몰리게 되면 경제 전반적인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실질임금이 떨어질 거라고 내다본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선 고령화로 인해 실질임금이 증가세를 유지하긴 하겠지만 그 폭이 워낙 작아서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16~2025년에 연 1.5%인 장기 추세 인플레이션은 매년 0.01%포인트 하락해 2046~2060년엔 연 1.1%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강 실장은 “고령화에 따른 물가하락은 수요관리 정책(기준금리 인하)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혁 정책을 장기적 시계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