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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산림청을 '디스'했나?…"식목일 기온 올랐다"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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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식목일보다 20일이나 빠른 지난달 15일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대명천 수림지 제방에서 나무 심기 행사가 열렸다. 지역주민과 달서구청 관계자 100여명이 참여해 산수유나무 260그루를 심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식목일보다 20일이나 빠른 지난달 15일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대명천 수림지 제방에서 나무 심기 행사가 열렸다. 지역주민과 달서구청 관계자 100여명이 참여해 산수유나무 260그루를 심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기상청이 같은 정부 부처인 산림청의 '고집'에 일침이라도 가하려는 것일까.

1940년대 식목일 제정 당시보다 #서울은 2.3도, 강릉 3.9도 상승 #식목일 앞당기라는 주장에 힘 실어줘

이런 시선이 오가는 것은 기상청이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최근 식목일 기온, 과거보다 높아졌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식목일이 처음 제정되던 1940년대와 비교하면 최근 10년 동안 4월 5일의 기온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 동안의 식목일 기온이 과거보다 서울은 2.3도, 강릉은 3.9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1940년대 식목일에 관측됐던 서울 등 지점별 평균기온이 최근에는 3월 하순경에 나타나면서 일주일 이상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최근 시민단체나 일부 식물학자 등은 식목일 기온이 너무 높아 나무 심기에 부적당하므로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벌였고, 지난달 28일에는 관련 토론회도 개최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010년부터 3월의 마지막 토요일을 ‘온난화 식목일’로 지정하여 나무 심기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산림청은 2004년과 2008년, 201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식목일 변경을 검토했으나 현행처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기념일 변경에 따른 비용도 있고, 식목일이 갖는 상징성이나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나무 심기 등을 고려해서 현재 날짜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상청의 보도자료는 정부기관인 기상청이 식목일을 옮기는 게 필요하다는 근거를 공식적으로 내놓은 셈이다.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이재원 과장은 "이번 자료는 전 세계적인 기온 상승 추세를 보여주기 위한 단순한 데이터 발표일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시민단체나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은 사실이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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