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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영웅' 25만 인파에 미소 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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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 손에 캠코더를 받쳐든 하인스 워드가 8일(한국시간) 피츠버그에서 열린 카퍼레이드 도중 특유의 ‘살인 미소’를 지으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카퍼레이드를 지켜보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온 피츠버그 시민들. [피츠버그 로이터.AP=연합뉴스]

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는 섭씨 영하 5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다 눈발도 간간이 흩날렸다. 그러나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5만 명이 넘는 시민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1980년 이후 26년 만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수퍼보울 우승 트로피)를 안고 금의환향한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우승 퍼레이드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피츠버그의 스타에서 '미국의 영웅'이 된 하인스 워드(30)는 팬들을 향해 "수퍼보울 챔피언십은 바로 여러분, 피츠버그 시민의 것이다"라고 말해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워드는 또 이번 수퍼보울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팀의 최고참 제롬 베티스를 소개하면서 "베티스는 우리 팀의 상징이자 가장 훌륭한 선수다"라고 말해 특유의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스틸러스의 상징색인 '블랙 & 골드' 색깔의 옷을 입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고마워요(Thanks)' '챔피언(Champs)'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스틸러스의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황금색 수건을 흔들었다. 한 팬은 다섯 손가락에 모두 챔피언 반지를 끼고 있는 대형 피켓을 들고 나와 스틸러스의 통산 다섯 번째 수퍼보울 우승을 축하하기도 했다.

워드는 지붕이 열리는 검은색 리무진에 올라타고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스틸러스의 이름이 새겨진 커다란 노란색 미키마우스 모자를 쓴 워드는 환영 나온 시민들을 향해 특유의 '살인 미소'를 보내며 손을 흔들었다. 한 손에는 캠코더를 들고 열광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카퍼레이드를 마친 워드는 특설 무대에 올라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우승은 팬 여러분의 것이다"라며 다시 한번 공을 팬에게 돌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팬들 가운데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두 시간 동안 밤을 새워 차를 몰고 와 오전 5시부터 퍼레이드가 잘 보이는 장소에서 행사를 기다린 열성팬 피트 파오렐로도 있었다. 그는 "'역사의 한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스틸러스가 이길 경우 오늘 결근하겠다고 지난주 상사에게 보고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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