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전홍식의 SF 속 진짜 과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SF 속 진짜 과학 이야기 9화. 캡틴 아메리카와 날틀의 미래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영화 ‘어벤져스’를 아시나요? 강력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이 악당들에게 맞서고자 손을 잡고 만든 영웅팀이죠. 아이언맨부터 토르, 헐크 같은 여러 영웅들은 대장인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캡틴 아메리카는 다른 영웅에 비해 조금 부족한 점이 있어요. 우선 헐크보다 힘이 약합니다. 아이언맨처럼 빔을 쏘는 것도 아니죠. 무엇보다도 하늘을 날지 못합니다. 강화복을 입은 아이언맨이 멋진 모습으로 하늘을 질주할 때 캡틴은 방패를 들고 뛰어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낙하산도 없이 과감하게 뛰어내리는 모습은 확실히 멋지지만,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것에 비해 폼은 덜 합니다.

어벤저스와 날틀의 미래

그런 캡틴에게 든든한 동료가 생겼습니다. 구조대 출신의 샘 윌슨입니다. 캡틴은 그를 비행기 조종사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비행슈트라고 불리는 개인장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사람을 구조하는 인물입니다. 비행 슈트의 이름은 EXO-7 팔콘. 그래서 샘은 팔콘이라는 이름의 슈퍼 히어로가 됩니다.

팔콘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새처럼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다니며 총알을 피합니다. 날개는 기관총을 가볍게 막아낼 정도로 튼튼하고 미사일을 달고 적을 공격할 수도 있어요. 아이언맨처럼 갑옷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하늘에서만큼 정말로 매(팔콘)가 된 것처럼 멋지게 활약하죠. 팔콘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일은 악당과 싸우는 게 아니라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가령 고층빌딩에 화재가 나서 헬리콥터로 접근할 수 없을 때, 팔콘이라면 가볍게 날아서 창문을 깨고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죠. 또 산간 오지처럼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물건을 전해줄 수도 있겠죠.  

물론 팔콘은 아이언맨처럼 편하게 날 수는 없습니다. 로케트처럼 추진제를 뿜어내면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아이언맨과 달리, 팔콘은 새나 비행기처럼 양력을 이용해서 날기 때문입니다.
양력이라는 것은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힘을 말합니다. 날개 모양처럼 밑이 평평하고 위가 둥근 물체에 바람이 지나가면 위쪽과 아래쪽의 공기 밀도에 차이가 생깁니다. 그리고 밀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물체를 밀어내면서 하늘에 뜨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팔콘은 공중에 가만히 떠있을 수 없습니다. 항상 날아다녀야 하죠. 그런데 팔콘처럼 사람이 날개만 달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요?

사실은 이미 사람 혼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돼 있습니다. 아이언맨처럼 로켓 분사로 하늘에 떠오르는 개인용 로켓팩도 있지만, 날개와 제트엔진을 이용해서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퓨전맨이라는 장비가 개발돼 있죠. 스위스 출신의 발명가 이브 로시가 만든 이 장비는 가벼운 탄소섬유로 된 날개에 4개의 제트 엔진이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고속열차만큼 빠른 시속 300㎞의 속도로 5분간 자유롭게 날 수 있죠.

뭐 아쉽게도 퓨전맨은 팔콘 슈트처럼 작고 가볍진 않습니다. 연료를 많이 넣을 수 없어서 고작 5분 밖에는 날지 못하죠. 게다가 팔콘처럼 캡틴 아메리카를 들고 날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타지 않은 사람이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것은 대단한 일이죠. 이런 장치를 어느 나라나 큰 회사가 아니라 한 발명가가 만들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고요.

그리스 신화에는 이카루스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는 뛰어난 발명가인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든 새의 날개를 붙여서 완성한 거대한 날틀로 하늘을 날았다고 하죠. 비록 접착제가 녹아버려서 추락하고 말지만, 그가 남긴 ‘하늘을 나는 꿈’ 만큼은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죠.

이제 우리는 이카루스처럼 거대한 날개와 제트엔진을 달고 하늘을 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래지 않아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서 학교를 오가는 날이 찾아올 수도 있겠네요. 그 때는 하늘의 교통정리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등장할 팔콘 슈트. 여러분은 어디에 쓰고 싶으신가요?

글=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