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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공각기동대' 줄리엣 비노슈,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줄리엣 비노슈가 연기한 닥터 오우레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다. 메이저를 만든 여성 천재 과학자인 이 캐릭터에는 “메이저의 창조자는 어머니와 같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샌더스 감독의 뜻이 반영됐다. SF영화에 잘 나오지 않던 비노슈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를 모은다. 비노슈는 ‘사랑을 카피하다’(2010,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후 7년 만에 내한했다. 그는 맑고 생기 넘치는 얼굴로 닥터 오우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자녀들 때문이라고. 

“아들이 3D 시각효과를 전공해서, 원작 애니메이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촬영지가 뉴질랜드라 2개월간 집을 떠나 있는 게 싫어 망설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내게 꼭 출연하라고 당부하더라.”

-‘고스트 인 더 쉘’이라는 독특한 세계에 살아 본 소감은. 

“이렇게 권위적인 세계에서 과학자로 사는 건 끔찍한 일인 듯하다(웃음). 이 세계에는 지금의 현실이 반영돼 있다. 늘 정치적 억압과 테러 위험이 도사리는 현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공간이랄까. 도시의 삶은 자연과 분리돼 있고, 사람들의 정신은 혹사당한다. 이 영화는 이런 곳에서 우리가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돌이켜 보게 한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닥터 오우레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천재적 지능을 가진 사람인데, 지식을 더 확장하고 싶은 마음에 군사·정치적 영역으로 들어섰다. 말하자면 악마와 거래해 자기 덫에 스스로 빠진 사람이다. 그래서 메이저를 향한 마음도 모순적이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야심 때문에 메이저를 만들었다. 이 캐릭터에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향한 애착, 메이저를 딸처럼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이 모두 담겨 있다. 오우레를 연기할 때 딸아이 생각을 많이 했다. 메이저를 향한 그의 마음은 진실해야 하니까. 나 자신의 모습이나 내가 보고 느낀 경험이 들어 있지 않으면 계산적인 연기가 되어 버리게 마련이다. 배우로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작가 감독의 예술영화에 자주 출연해 왔다. 이렇게 규모가 큰 영화 촬영과 다른 점이 있나. 

“연기할 때 예산 규모에 따라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보다는 어떤 감독의 어떤 촬영 현장인지가 중요하다. 샌더스 감독은 굉장히 열려 있는 사람이다. 연기에 대해 압박하지 않았고, 촬영 기간도 여유로운 편이었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개인적으로는 촬영장에서 시각효과 기술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우리 아들이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그 분야가 전도유망한지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오랜 시간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살아왔다. ‘배우’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배우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자아를 더 탐구하고 나의 또 다른 층위를 찾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경계하는 건 ‘반복’이다. 비슷한 영화에 출연해 기존의 내 연기 패턴을 반복하는 건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화를 접하고 싶다. 연기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작업이다. 그 작업 자체가 나 자신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내 몸에 쌓인 경험과 상상력의 결합이랄까. 그래서 나이 들고 성숙해질수록 연기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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