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 세월호 인양 현장 동거차도 다녀와 #30일 북콘서트에서 "인양되는 세월호 괴수 같았다" #
최근 세월호 인양 현장을 다녀온 소설가 김훈(69)씨가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인터파크도서 주최로 열린 '북잼 콘서트' 자리에서다.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씨의 사회로 1시간 남짓 진행된 콘서트는 대부분 참석 청중들의 질문에 김씨가 답하는 1문1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씨는 문답 전 모두 발언에서 최근 근황을 소개하며 세월호 현장을 다녀온 얘기를 10분간 소개했다.
그는 "팽목항과 동거차도에서 4박5일 머물다 돌아왔다"고 했다. 동거차도는 서거차도와 함께 맹골도를 마주한 섬으로 세월호 인양 모습이 가장 잘 관측되는 섬이다.
김씨는 미수습 희생자의 가족들, 그 중에서도 어머니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한 어머니는 "아이의 목소리와 몸 냄새가 그립다"고 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있다'는 말과 '없다'는 말이 이렇게 무섭게 다르다. 정말 건너갈 수 없는 벽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런 말씀을 듣고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픔과 기쁨을 구성하는 것들은 저렇게 사소한 것이로구나, 있다와 없다의 차이, 말 한 마디의 차이가 무서운 운명을 인간에게 가르쳐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에 대해 "마치 우리가 알 수 없는 괴수가 죽어서 옆으로 쓰러져 끌어올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상의 구체성에서 떠나는 언어들의 공허함, 그런 것들을 처절하게 느끼면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소한 것들의 중요성, 된장찌개가 달달거리며 끓는 소리의 아름다움, 그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무섭고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되는구나 했습니다"고 했다.
콘서트에는 300명 가량의 청중이 참석했다.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참석자를 선정했다. 청중의 질문은 주로 김씨의 신변에 관한 것이었다고 인터파크 홍보팀 정지연 과장은 정했다. 글 쓰는 스타일, 좋아하는 작가나 책, 왜 따로 작업실을 마련해 그곳에서 작업하는지 등의 질문이 나왔다. 김씨는 즐겨 읽는 책과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 "누군가를 따라 쓰지 않는다. 소설은 잘 안 읽는다. 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사실(fact)'이 많은 책을 읽는 편"이라고 답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