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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통증에도 20언더파, 3승 따낸 이미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이미림(27·NH투자증권·사진)은 ‘독종’이다. 심각한 손목 통증을 참고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LPGA KIA클래식 최소타 타이 #테이핑 한채 마지막 날 버디 7개 #2년 전 역전패 악몽도 이겨내 #유소연 2위, 박성현·허미정 4위

그는 2013년 말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준비하던 도중 왼손목을 다쳤다. 병원에서 검진 결과 ‘피로 골절’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미림은 당당히 2위로 LPGA투어 전경기 출전권(풀카드)을 따냈다. 클럽을 잡기 힘들 정도로 손목이 부어올랐지만 꾹 참고 클럽을 휘두른 끝에 LPGA투어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KIA클래식 최종 라운드. 이미림이 손목에 두른 핑크색 밴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마지막날 손목 통증 완화를 위해 테이핑을 하고 나와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냈다. 합계 20언더파로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림이 우승한 것은 2014년 10월 레인우드 클래식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통산 3승.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구사하는 이미림은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좋은 편이다. 4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3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 그린 적중률이 7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1%를 기록 중이다. KIA클래식에선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83%로 끌어올렸다.

2년 전 역전패의 악몽도 이겨냈다. 통산 2승 후 준우승만 4차례 했던 이미림에게 가장 아쉬운 대회가 바로 2015년 KIA클래식이었다. 당시 3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베테랑 크리스티 커(40·미국)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미림은 이날 1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첫 홀 버디로 시작으로 9번 홀까지 징검다리 버디를 낚았고, 2위와 5타 차로 간격을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퍼트 감각도 돋보였다. 이미림은 울퉁불퉁한 아비애라 골프장 그린에서 평균 퍼트수 28.5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68개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림은 “2년 전 역전패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골프장은 그린이 까다로운 편인데 퍼트가 잘 됐다”며 “전반 9개 홀에서 5타를 줄였는데 이후 다른 선수를 생각하기보다 내 경기력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웠는 지도 몰랐다. 하루 쉬고 다음주 메이저 대회(ANA챔피언십)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림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의 KIA클래식 ‘준우승 징크스’도 깨졌다. 지난 6년간 한국은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5차례 차지했다. 올해는 이미림이 우승한 것을 비롯,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위권을 점령했다. 유소연(27·메디힐)이 합계 14언더파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수퍼 루키’ 박성현(24·넵스)은 12언더파 공동 4위로 허미정(28·대방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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