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컴퓨터 없이 로봇 움직이는 법을 배웠죠, 이게 코딩이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은 아이언 슈트를 입고 스스로 슈퍼영웅이 됩니다. 영화라서 가능하다고요? 아닙니다. 아이언맨에게는 아이언 슈트가 있듯, 우리에게는 옷·안경 등과 컴퓨터를 결합한 웨어러블 기기가 있습니다. 조만간 웨어러블 기기를 입은 친구들과 손을 잡고 함께 학교에 다닐지도 모를 일이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코딩입니다. 코딩은 컴퓨터와 소통하는 방법인데, 사실 그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코딩이 막막한 여러분을 위해 컴퓨터 없이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로봇과 함께 문제를 풀며 코딩의 원리를 이해하는 활동입니다. 로봇과 함께 신나게 놀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코딩 박사가 될지도 모를 일이죠. 로봇을 이용해 코딩을 배우는 수업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글=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선을 따라 움직이는 특징을 이용해 오조봇 술래잡기 게임을 하는 서울 태강삼육초 4학년 학생들.

선을 따라 움직이는 특징을 이용해 오조봇 술래잡기 게임을 하는 서울 태강삼육초 4학년 학생들.

지난 20일, 태강삼육초(서울 노원구) 4학년 교실에서 코딩 수업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 조금 독특합니다. 컴퓨터 대신 책상 위에 작은 장난감이 하나씩 놓여있습니다. “코딩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이에요. 여러분 앞에 놓인 로봇이 그 과정을 도와줄 거예요” 수업을 진행할 김수인 ‘창의와 교육’ 대표가 운을 뗐습니다. 김 대표는 로봇을 이용한 초중고 코딩 교육을 담당하고 있죠. 그의 손바닥 위에는 지름 3㎝ 크기의 작은 로봇이 하나 올려져 있었어요. 바로 코딩 로봇 ‘오조봇’입니다.

오조봇은 2014년 미국의 디지털 앱 개발회사의 CEO인 네이더 함다(Nader Hamda)가 개발했습니다. 그는 종일 스마트폰에 빠진 딸을 위해 오조봇을 기획했어요. 딸이 디지털 기계에서 벗어나 놀며 배울 수 있도록 장난감 로봇을 만든 거죠. 선과 색을 인식하는 오조봇은 단순한 그림으로도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4가지 색을 조합해 만든 명령어를 오조봇에 인식만 하면 코딩이 끝납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로그램 언어를 이용한 코딩 수업도 가능합니다. 오조봇 전용 블록형 코딩 프로그램인 ‘오조 블록클리’이죠. 명령어가 입력된 블록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코딩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온라인에 공개 돼 있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코딩에 도전하고 싶은 어린이부터 대학생, 어른까지, 모두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국내에서는 2016년 한해 동안 3만 명의 친구들이 오조봇으로 코딩을 배웠죠.

오조 블록클링 코딩한 내용은 PC화면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을 통해 오조봇에 전달된다.

오조 블록클링 코딩한 내용은 PC화면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을 통해 오조봇에 전달된다.

오조봇을 이용한 코딩 수업은 컴퓨터 대신 로봇을 이용해 코딩하는 ‘언플러그드 활동’과 오조 블록클리를 이용한 ‘프로그래밍 언어 활동’으로 나뉩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언플러그드 활동을 통해 코딩의 원리를 익혀 봅시다”라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오조봇에 익숙해질 쯤 김 대표가 새로운 과제를 냈습니다. 오조코드 스티커를 사용해 오조봇에 동작 명령을 주는 미션입니다. 오조코드는 빨강·파랑·초록·검정 4가지 색을 이용해 만든 명령어입니다. 4가지 색 중 3가지 색을 일렬로 나열하는데 그 순서에 따라 무궁무진한 명령어가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초록·검정·빨강은 좌회전, 파랑·빨강·초록은 우회전을 뜻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죠. 선 위에 오조코드 스티커를 붙이면 오조봇의 활동 범위와 동작이 다양해져요. 보통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명령어를 입력하지만, 오조봇은 선 위에 오조코드를 그리는 것만으로 명령어를 만들 수 있죠. 뭐 꼭 오조코드 스티커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사인펜이나 크레파스로 오조코듸 선을 직접 그려도 되죠.

학생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그렸다. 빨강,파랑,초록,검정 4가지 색으로 그린 이 그림은 오조봇이 움직이는 길이 된다.

학생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그렸다. 빨강,파랑,초록,검정 4가지 색으로 그린 이 그림은 오조봇이 움직이는 길이 된다.

응용력이 있는 학생 몇몇은 오조코드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승준 군은 사각형의 선에 ‘유턴·터보·천천히’등을 명령하는 오조코드를 붙여 술래잡기 게임을 만들었어요. 이 군은 “방향과 속도의 명령어가 다양해서 좋다. 내가 만든 게임판 위에서 오조봇 2대가 경주하니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교차로에서 랜덤으로 움직이는 오조봇의 특징을 살려 만든 사다리 게임도 있습니다. 게임을 만든 김중한 군은 “오조봇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스크래치와 같은 블록형 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할 땐 코딩 결과를 보기 위한 추가 작업이 필요했는데 오조봇은 오조코드를 입력하면 바로 반응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죠.

“이제 여러분이 직접 오조봇에게 길을 만들어 주세요” 오조봇을 이용한 언플러그드 활동의 마지막은 ‘그림 그리기’입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 오조봇의 길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림 형식에 제한은 없습니다. 글자를 써도 좋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도 좋죠.

반가은양(오른쪽)이 김수인 '창조와 교육' 대표의 도움을 받아 오조봇에 관해 쓴 멘트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반가은양(오른쪽)이 김수인 '창조와 교육' 대표의 도움을 받아 오조봇에 관해 쓴 멘트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총 동원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반가은 양은 오조봇과 친구가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널 가지고 말 거야’라는 멘트를 적었어요. 반 양은 “오조봇에게 말을 걸고 싶을 정도로 친한 친구가 됐다. 글자 위를 움직이고 있는 오조봇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오조봇을 그림으로 그린 손원준 군은 “오조봇이 거울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내가 그린 그림을 따라 움직이며 자신의 얼굴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오조봇을 걱정하기도 했죠. 

실제로 김 대표는 “내가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로봇과 친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오조봇과 놀며 생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동작으로 만들다 보면 마치 친구가 된 듯 친숙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죠. 수업은 ‘오조 블록클리’를 이용해 오조봇에게 더 많은 동작을 입력하며 응용력을 키워 보라는 김 대표의 조언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오조봇을 아시아 지역에 진출시킨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가 말하는 오조봇의 장점은 '놀이로 친해지는 로봇'입니다. 그는 2015년부터 국내에 오조봇을 들여와 로봇을 이용한 코딩 수업 확산에 기여하고 있죠. 학생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은 오조봇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오조봇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친구가 될까요?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사진)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위성방송 수신기 개발 회사인 마르시스를 창업, 현재는 유아,청소년 코딩 교육 개발에 힘쓰고 있다.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사진)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위성방송 수신기 개발 회사인 마르시스를 창업, 현재는 유아,청소년 코딩 교육 개발에 힘쓰고 있다.

왜 코딩을 배워야 하나요. 

“코딩은 컴퓨팅 사고력을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컴퓨팅 사고력은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이고, 주관적으로 해결하는 생각 방법을 말해요. 앞으로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될 여러분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죠. 컴퓨팅 사고가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떤 문제도 헤쳐나갈 수 있죠. 전 세계적으로 코딩의 필요성이 강조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코딩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중요한 건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거예요. 또한 세상 모든 일에 지속적인 흥미와 관심이 필요하죠. 먼저 자신이 코딩을 왜 배우는지 생각해 보세요. 자신만의 목표가 생기면 스스로 움직이는 습관이 생길 거예요. 그 다음은 코딩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세요. 그 과정이 즐거워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논리적, 체계적인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코딩을 배우는데 있어 컴퓨터를 쓰지 않는 언플러그드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언플러그드 활동은 컴퓨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요. 코딩을 배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냥 즐기며 놀수 있죠. 그간의 언플러그드 코딩은 주로 보드 게임을 이용했어요. 단순한 활동만이라 사실 좀 지루했죠. 반면 교육용 코딩 로봇은 움직임이 많고, 활용 방법이 다양해 새로운 동작에 도전할 수 있어요. 로봇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자신도 모르게 코딩의 원리를 익히게 될 거예요.”

앞으로 오조봇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오조봇은 사람과 로봇 간의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오조봇이 수행했죠. 하지만 앞으로 출시될 오조봇 3.0은 로봇과 로봇간의 정보 교류가 가능해집니다. 로봇끼리 커뮤니케이션하며 개발할 수 있는 놀이가 더 많아지는 거죠. 뿐만 아니라 사운드 기능이 추가 되고, 움직임도 더 정교해져 로봇과 더 쉽게 교감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미래 기술과 친해지세요. 기술은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실현시켜 주죠. 또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작동시키며 장난감처럼 갖고 노세요. 오조봇이든 아두이노든 스크래치든 상관 없습니다. 미래 기술과 친구가 되어 함께 놀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