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지난 20일, 태강삼육초(서울 노원구) 4학년 교실에서 코딩 수업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 조금 독특합니다. 컴퓨터 대신 책상 위에 작은 장난감이 하나씩 놓여있습니다. “코딩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이에요. 여러분 앞에 놓인 로봇이 그 과정을 도와줄 거예요” 수업을 진행할 김수인 ‘창의와 교육’ 대표가 운을 뗐습니다. 김 대표는 로봇을 이용한 초중고 코딩 교육을 담당하고 있죠. 그의 손바닥 위에는 지름 3㎝ 크기의 작은 로봇이 하나 올려져 있었어요. 바로 코딩 로봇 ‘오조봇’입니다.
오조봇은 2014년 미국의 디지털 앱 개발회사의 CEO인 네이더 함다(Nader Hamda)가 개발했습니다. 그는 종일 스마트폰에 빠진 딸을 위해 오조봇을 기획했어요. 딸이 디지털 기계에서 벗어나 놀며 배울 수 있도록 장난감 로봇을 만든 거죠. 선과 색을 인식하는 오조봇은 단순한 그림으로도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4가지 색을 조합해 만든 명령어를 오조봇에 인식만 하면 코딩이 끝납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로그램 언어를 이용한 코딩 수업도 가능합니다. 오조봇 전용 블록형 코딩 프로그램인 ‘오조 블록클리’이죠. 명령어가 입력된 블록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코딩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온라인에 공개 돼 있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코딩에 도전하고 싶은 어린이부터 대학생, 어른까지, 모두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국내에서는 2016년 한해 동안 3만 명의 친구들이 오조봇으로 코딩을 배웠죠.
오조봇을 이용한 코딩 수업은 컴퓨터 대신 로봇을 이용해 코딩하는 ‘언플러그드 활동’과 오조 블록클리를 이용한 ‘프로그래밍 언어 활동’으로 나뉩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언플러그드 활동을 통해 코딩의 원리를 익혀 봅시다”라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오조봇에 익숙해질 쯤 김 대표가 새로운 과제를 냈습니다. 오조코드 스티커를 사용해 오조봇에 동작 명령을 주는 미션입니다. 오조코드는 빨강·파랑·초록·검정 4가지 색을 이용해 만든 명령어입니다. 4가지 색 중 3가지 색을 일렬로 나열하는데 그 순서에 따라 무궁무진한 명령어가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초록·검정·빨강은 좌회전, 파랑·빨강·초록은 우회전을 뜻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죠. 선 위에 오조코드 스티커를 붙이면 오조봇의 활동 범위와 동작이 다양해져요. 보통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명령어를 입력하지만, 오조봇은 선 위에 오조코드를 그리는 것만으로 명령어를 만들 수 있죠. 뭐 꼭 오조코드 스티커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사인펜이나 크레파스로 오조코듸 선을 직접 그려도 되죠.
“이제 여러분이 직접 오조봇에게 길을 만들어 주세요” 오조봇을 이용한 언플러그드 활동의 마지막은 ‘그림 그리기’입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 오조봇의 길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림 형식에 제한은 없습니다. 글자를 써도 좋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도 좋죠.
실제로 김 대표는 “내가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로봇과 친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오조봇과 놀며 생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동작으로 만들다 보면 마치 친구가 된 듯 친숙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죠. 수업은 ‘오조 블록클리’를 이용해 오조봇에게 더 많은 동작을 입력하며 응용력을 키워 보라는 김 대표의 조언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오조봇을 아시아 지역에 진출시킨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가 말하는 오조봇의 장점은 '놀이로 친해지는 로봇'입니다. 그는 2015년부터 국내에 오조봇을 들여와 로봇을 이용한 코딩 수업 확산에 기여하고 있죠. 학생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은 오조봇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오조봇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친구가 될까요?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 왜 코딩을 배워야 하나요.
“코딩은 컴퓨팅 사고력을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컴퓨팅 사고력은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이고, 주관적으로 해결하는 생각 방법을 말해요. 앞으로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될 여러분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죠. 컴퓨팅 사고가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떤 문제도 헤쳐나갈 수 있죠. 전 세계적으로 코딩의 필요성이 강조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 코딩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중요한 건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거예요. 또한 세상 모든 일에 지속적인 흥미와 관심이 필요하죠. 먼저 자신이 코딩을 왜 배우는지 생각해 보세요. 자신만의 목표가 생기면 스스로 움직이는 습관이 생길 거예요. 그 다음은 코딩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세요. 그 과정이 즐거워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논리적, 체계적인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 코딩을 배우는데 있어 컴퓨터를 쓰지 않는 언플러그드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언플러그드 활동은 컴퓨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요. 코딩을 배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냥 즐기며 놀수 있죠. 그간의 언플러그드 코딩은 주로 보드 게임을 이용했어요. 단순한 활동만이라 사실 좀 지루했죠. 반면 교육용 코딩 로봇은 움직임이 많고, 활용 방법이 다양해 새로운 동작에 도전할 수 있어요. 로봇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자신도 모르게 코딩의 원리를 익히게 될 거예요.”
- 앞으로 오조봇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오조봇은 사람과 로봇 간의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오조봇이 수행했죠. 하지만 앞으로 출시될 오조봇 3.0은 로봇과 로봇간의 정보 교류가 가능해집니다. 로봇끼리 커뮤니케이션하며 개발할 수 있는 놀이가 더 많아지는 거죠. 뿐만 아니라 사운드 기능이 추가 되고, 움직임도 더 정교해져 로봇과 더 쉽게 교감할 수 있습니다.”
-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미래 기술과 친해지세요. 기술은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실현시켜 주죠. 또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작동시키며 장난감처럼 갖고 노세요. 오조봇이든 아두이노든 스크래치든 상관 없습니다. 미래 기술과 친구가 되어 함께 놀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