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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뮤지컬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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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선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인들의 애환을 그린 뮤지컬 '렌트(Rent)'가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직접 출연해 163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좌석을 거의 메운 관객은 배우들의 빼어난 노래와 율동에 환호했다. 공연 10년 만의 첫 세계 나들이에서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홍콩 여배우 모원웨이(莫文蔚)의 열연에 객석에서는 '브라보'를 쏟아냈다.

2일 오후 7시 '렌트' 첫 공연을 앞두고 박해미.이건명 등 국내 유명 뮤지컬 배우와 뮤지컬 프로듀서들이 들뜬 표정으로 관객을 맞았다. 지난해 9월 민간이 중심이 돼 출범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조직위원회(페스티벌 조직위)'가 준비한 뮤지컬 축제의 막이 오르는 날이었다. 지역의 원로 연극인 이필동(조직위원장)씨와 국내의 대표적인 뮤지컬 프로듀서인 설도윤.박명성씨,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성혁.이종원씨 등 문화예술인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가 '뮤지컬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뮤지컬과 오페라를 대구의 대표 문화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치면서부터다.

페스티벌 조직위는 대구시와 함께 2007년부터 매년 1~2월 세계적인 '대구국제뮤지컬'을 개최하기로 하고 예비 행사로 이번에 국내외 8개 뮤지컬이 참가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내 곳곳에선 다음달까지 매일 밤 뮤지컬이 공연되고 뮤지컬 배우와의 만남 등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또 네티즌의 투표로 최고의 뮤지컬 배우를 뽑는 이벤트와 뮤지컬 영화제.세미나, 그리고 뮤지컬 배우들을 만나는 뮤지컬 토크쇼 등이 이어진다.

대구가 '뮤지컬의 도시'를 표방하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대구는 매니어 사이에서 뮤지컬 도시로 통한다. 뮤지컬 '시카고' '캣츠' 등이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대구에서 장기 공연에 성공했고, 지난해 '맘마미아'는 두 달간 유료 관객 6만 명 입장이란 대기록을 남겼다. 맘마미아 공연 땐 수도권 관객(17%)도 대구를 찾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구의 뮤지컬 관객은 인구가 두 배쯤 많은 부산의 2~3배에 이른다. 또 대구지역 대학에선 뮤지컬 관련 전공자들이 해마다 2000명 이상 배출된다. 뮤지컬 학과도 두 곳에 개설돼 있다. 그런 토양이 창작 뮤지컬 '캣츠 포에버' '번데기' 등을 탄생시켰다. 공연장도 1000석이 넘는 대공연장만 오페라하우스 등 6곳이나 돼 부산.광주의 3~4배에 이른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렌트'를 관람한 뒤 "브로드웨이를 대구로 옮겨놓은 것 같다"며 "앞으로 예술가들과 협조해 아시아 최대의 뮤지컬 무대 제작소를 짓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뮤지컬 공연과 함께 대구를 뮤지컬 산업 기지로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구=송의호 기자

*** 이필동 대구축제 조직위장

"아시아 브로드웨이 만들겠다"

"대구를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만들 생각입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필동(62.사진) 조직위원장은 "2일 무대에 올린 뮤지컬 '렌트'에 구미.창원.울산.대전 등의 관객이 찾았고, 세 번이나 본 매니어도 만났다"고 전했다. 또 인기 배우 조승우가 출연하는 '지킬앤하이드'는 벌써 예약이 매진됐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뮤지컬 축제 기간엔 입장료를 낮춰 시민들이 부담없이 공연장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공연을 마친 '렌트'팀이 신작을 들고 내년에 다시 대구를 찾겠다고 했다"면서 "앞으로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세계적인 뮤지컬을 대구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 지역 극단인 원각사의 대표로 30년간 활동해 온 원로 연극인이며, 2003년 열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의 실무 책임을 맡기도 했다.

"뮤지컬은 공연예술 중 산업화가 가능한 장르입니다. 장차 섬유.패션 등 지역산업을 뮤지컬과 접목시켜 의상.무대장치 등 관련 산업도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그는 "대구가 지방인 점을 의식해 두 배로 뛸 각오"라며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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