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겐 세계 최강 군사력도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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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더 많은 군사력이 필요한지 이유를 모르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군비확대 수준이 너무 높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했다. 

미국의 국방비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밝힌 트럼프 행정부의 첫 예산안 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국방비는 전년 대비 10%(540억 달러,약 61조 6600억원) 정도 늘어난 5960억 달러(약 680조 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왜 군비를 늘려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미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군의 역할 자체를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라 미 본토 안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세계 경찰’을 자임하던 미군의 역할은 상당 부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동맹국들이 스스로 체력을 보강하고, 주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집권 후 벌어지는 강적 러시아와의 야릇한 밀월 관계 역시 전략적인 제스처로 풀이된다.  

국방비 680조원 넘어…역대 최대 규모 #큰 전쟁 없는데 지상군 7만명 증원 #5세대 전투기만 193대…100대 더 도입 #핵항모 2대 포함 함정 75척 건조 계획 #"전략적 목표 없이 핵무기 경쟁 하자" #

그렇다면 늘어난 군비를 어디에 쓰겠다는 것일까?
 그 중 상당액은 전략무기 확충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핵무기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직접 밝혔다.
 중국·이란 등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한 자위책이란 것이다.
 또 지상군은 물론 전투기·함정 등도 더욱 보강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군비정책 방향이 현실과 괴리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한다.

2010년 2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소탕 작전에 투입된 미군 병사들[바둘라 쿨프 AP=뉴시스] 

2010년 2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소탕 작전에 투입된 미군 병사들[바둘라 쿨프 AP=뉴시스]

 ◇병력=미군 병력은 130만 명이다.
 현역 장병 수 기준으로 중국(220만)·인도(140만)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86만 명의 '예비군'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국가와 다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더 많은 병력을 원한다.

현재 66만 명인 지상군(육군·해병대)을 11% 정도 증원해 73만 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 지상군이 늘어났던 이유는 전쟁, 즉 수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2000년대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며 일시적으로 지상군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현재 미군이 투입된 큰 전장은 없다. 

 벤저민 프리드먼 카토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왜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한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공군력=미군이 가진 전투기는 모두 2200여 대다.
 이중 미 공군이 14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기를 100여 대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왜 더 많은 전투기가 필요한지 되묻는다.

F-22 랩터

F-22 랩터

 국가 간 항공 전력은 단순 대수로 비교하기 힘들다.
 정설은 첨단 전투기의 비중이 더 중요하다는 쪽이다.
 미 공군의 전투기들은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무려 193대(13.6%)가 F-22 랩터 등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나머지 거의 모든 전투기들도 항전장비를 업그레이드한 4.5세대 기종들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쟁국들은 사정이 다르다.
러시아만 해도 1960~70년대 생산된 3세대 전투기의 비중이 아직도 24% 수준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3세대 비중이 48.7%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해군력=미 해군은 275척의 함정과 잠수함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항공모함 18척 중 10척이 미군 것이다.
 중국이 공세적으로 해군력을 키우고 있지만 현재는 랴오닝(遼寧)함 1척뿐이다.

미 해군 핵항공모함 칼빈슨호. 송봉근 기자 

미 해군 핵항공모함 칼빈슨호. 송봉근 기자

트럼프는 핵항모 2척을 포함해 75척의 함정을 더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의 규모가 역대 최저 수준이란 게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핵항모나 핵잠수함이 가진 막강한 힘을 배제하고 함정 수로 전력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미국 반데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미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미 공군]  

지난해 2월 미국 반데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미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미 공군]

 ◇핵무기=“핵무기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그들을 능가하고 오래 견딜 것이다.”
 취임 전인 지난해 연말 트럼프가 MSNBC방송 ‘모닝 조’ 프로그램의 여성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에게 던진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전력 강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한 뒤 나온 것이었다.

 냉전이 끝난 이래 진행돼온 핵무기 감축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NYT는 “트럼프가 뚜렷한 전략적 목표 없이 핵 경쟁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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