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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20여년만에 디자인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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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시선 첫 호인 신경림의 '농무'를 비롯해 '타는 목마름으로''저문 강에 삽을 씻고''사평역에서''섬진강''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 시대의 아픔을 드러내고 감수성을 관통해온 시집들을 내놓았던 창비시선이 판형과 디자인을 바꿨다.

기존 '장 4×6'에서 '변형 4×6'으로 바뀐 새 판형은 키가 조금 낮아지고 폭도 줄었다. 남자 양복 바깥 주머니에 알맞게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표지 디자인도 그림을 없앤 단순하고 깔끔한 것으로 바꿨다. 한쪽에 들어가는 행 수도 기존 22행에서 17행으로 줄였다.

고형렬 시선기획위원은 "저항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 비해 시들의 길이가 좀 짧아졌다. 산뜻한 느낌의 시집에 독자들이 더 많은 손길을 보내리라는 계산도 있었다"며 20여년간 유지해온 판형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판형을 바꾼 첫 시집들도 나왔다. 80년대 '시힘' 동인으로 활동했던 최영철(47)씨의 새 시집 '그림자 호수'가 시선 2백25호를 기록했고 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영광(36)씨의 첫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가 2백26호로 뒤를 이었다.

최씨는 "내 시가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는 지팡이가 돼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씨는 "한꺼번에 두 여자를 사랑한 사람처럼 세상과 세상 너머에 다 관심이 있다. 시의 특수한 문법을 단련하지 않고 그것을 채울 마음을 찾아다녔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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