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피부색 관련 없이 쓰는 스킨케어부터 공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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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다연 이사는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면 미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강정현 기자]

정다연 이사는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면 미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강정현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후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에 불이익을 줘서 그렇지, 중국 리스크는 늘 있었어요.”

정다연 비투링크 해외사업 담당 이사 #라틴·흑인 피부색 연구 아직 부족 #유튜브 활용, 제품스토리 만들어야

지난 8일 만난 정다연(34·여) 비투링크 해외사업 담당 이사는 중국 정부의 금한령(한국 제품·서비스 금지)에 대한 이야기로 말을 꺼냈다. 그는 “중국 시장은 거대 소비자가 있지만, 세율이 바뀌거나 성분 검사 규제가 매년 급격히 바뀌는 등 리스크가 크고, 중국어권의 한계가 있다”면서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면 영어권 대형 시장인 미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 업계에서 그는 ‘젊은 미국통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외대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맥쿼리 투자은행, 애플 등을 거쳐 아마존 코리아에서 한국 화장품 담당으로 일했다.

정 이사는 올해 초 스타트업 비투링크로 이직했다. 비투링크는 알리바바·VIP닷컴 등 중국 온라인몰에 한국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온라인 기반 화장품 종합상사’로, 최근 정 이사를 영입했다.

이른바 ‘K-뷰티’의 경쟁력에 대해 정 이사는 “해외에서 한국 여성에 대해 제일 먼저 관심 갖는 것이 바로 화려한 화장과 피부 결”이라며 “유학 시절에도 자동차나 휴대전화보다는 화장품 분야만 집중 질문을 받아 이쪽으로 진로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지난 2015년 아마존 코리아 설립 당시 론칭 멤버로서 활약하며 한국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 약 500여개를 아마존에 입점하는 컨설팅을 했다. 아마존은 최근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각국 홈페이지에서 K-뷰티 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한국화장품 판매 강화에 나섰다.

정 이사는 “한국 화장품은 스킨케어부터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궁극적으로는 한국 화장품의 강점인 다채로운 색깔의 색조 화장품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 한국 화장품 업계는 백인은 물론, 라틴·흑인 등 다양한 인종에 대한 피부 연구가 부족한 편”이라며 “파운데이션 한 가지만 하더라도 20여가지의 색깔이 필요한 상황에서, 인종에 관련 없이 사용이 용이한 스킨케어부터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아마존에서 잘 팔리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팁도 곁들였다.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트 강화 ▶아마존 등 오픈마켓에 충실한 미국식 영어 설명 ▶동물실험 금지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비 ▶브랜드 스토리의 독창성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 화장품들은 제품명만 간신히 영어로 적어놓은 것이 수두룩하다”고 꼬집었다.

공략할 만한 오프라인 판매 루트로는 드럭스토어를 꼽았다. 그는 “아직까지는 노드스트롬 같은 고급 백화점에 당장 들어가기에는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면서 “한국 화장품의 저변을 우선 넓히기 위해 드럭스토어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제품부터 판매를 하고, K-뷰티의 인지도가 커지면 백화점 등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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