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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던말릭, 美 공항서 인종차별 당하고 입국 거부돼

중앙일보

입력

국내 힙합 가수들이 미국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 당했다. 이 과정에서 공항 관계자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조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힙합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 래퍼 던말릭(문인섭ㆍ21)은 지난 12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게적인 음악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주최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미국의 음악 축제에 초청을 받았던 던말릭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인종차별과 함께 입국을 거부당했다. [사진제공=데이즈얼라이브]

미국의 음악 축제에 초청을 받았던 던말릭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인종차별과 함께 입국을 거부당했다. [사진제공=데이즈얼라이브]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해 환승을 위해 입국심사를 받던 던말릭과 동료들은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일행 9명이 입국을 거부당한 것이다.


이들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영리활동을 하지 않는 단기 체류자의 자격으로 전자여행허가제(ESTA)의 승인을 받았다. SXSW 공연에는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주죄측과 계약을 하고 여행비자로도 입국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서류도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공항 직원들은 던말릭 일행을 24시간 동안 구금했다.

던말릭의 소속사인 데이즈얼라이브는 이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언행과 조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항 직원이 두 귀를 양쪽으로 잡아당기거나 ‘칭크(chink)’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칭크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모욕적인 단어다. 귀를 양쪽으로 잡아당긴 건 동양인을 비하하는 원숭이를 흉내낸 것으로 일행은 이해했다.


또 던말릭 일행의 휴대전화를 모두 압수해 현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했고, 그 중 한 명에게는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 결국 일행은 공연에 참가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 같은 모욕을 당한 것은 던말릭 일행만이 아니었다.

피치포크(Pitchfork)와 스핀(Spin) 등 해외 매거진에 따르면 적어도 7개 이상의 외국 뮤지션팀이 이런 식으로 입국을 거부당했고, 그중에는 같은 비자로 입국해 이미 두 차례 SXSW에 참가했던 팀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즈얼라이브는 “이번 입국 거부로 인해 이들이 받은 ESTA 승인은 영구적으로 말소된다고 한다”며 “아티스트들이 당한 인종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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