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이름 찾는데 2년 걸렸다"…법원, "한자+한글 혼용한 이름 사용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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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한자를 혼합해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가족관계등록예규는 작명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광주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조영호)는 17일 "딸의 이름에 한자와 한글을 혼용한 이름을 사용하도록 해달라는 나모(32)씨의 개명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나씨는 지난해 5월 태어난 딸의 이름으로 한자인 贇(빛날 윤)과 우리말 '별'을 합쳐 '羅 贇별'로 출생신고하려 했으나 가족관계등록예규 때문에 거부당했다.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09호 5항에는 '이름에 한글과 한자를 혼합해 사용한 출생신고 등은 수리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나씨는 우선 우리말 이름인 '윤별'로 출생신고를 한 뒤 법원을 상대로 개명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했다. 이에 한자와 한글을 혼용한 이름을 금지한 가족관계등록예규에 반발해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행정심판 청구를 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됐다. 나씨는 결국 최초로 낸 개명신청을 기각한 광주가정법원에 항고를 한 끝에 딸의 이름을 되찾았다.
 재판부는 "한글과 한자를 혼합한 이름을 금지한 가족관계등록예규는 작명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또 "신청인의 개명신청이 범죄를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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