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 커져도 팍팍한 삶..삶의 질 개선폭 GDP 성장의 40% 수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년간 한국인의 삶의 질 개선 정도가 경제 발전 속도의 40%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한국삶의질학회는 15일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를 발표했다. 그간 삶의 주관적 수준을 보여주는 간접 통계들이 국내에도 있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치로 환산한 ‘종합지수’가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사한 지표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캐나다의 웰빙지수(CIW) 등이 있다.


12개 영역(소득ㆍ소비, 고용ㆍ임금, 사회복지, 주거, 건강 등) 80개 지표를 활용해 산출한 결과 2015년 기준 삶의 질 종합지수는 111.8로 기준년인 2006년(100) 대비 11.8% 올랐다. 이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8.6%다. 이와 비교하면 삶의 질 종합지수의 오름폭은 GDP의 41.3% 수준이다. 지수 작성에 참여한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삶의 질 개선 수준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첫 발표 # GDP 34.6% 늘어날 동안 삶의 질 지수는 11.8% 증가 그쳐

영역별로 보면 교육(23.9%)과 안전(22.2%), 소득ㆍ소비(16.5%), 사회복지(16.3%) 영역이 종합지수의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건강(7.2%), 주거(5.2%), 고용ㆍ임금(3.2%) 영역은 종합지수보다 증가율이 낮았다. 특히 가족ㆍ공동체(-1.4%)는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가족의 돌봄 기능 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줬다.

영역별 삶의 질 지수[자료 통계청]

영역별 삶의 질 지수[자료 통계청]

GDP 중심 경제지표의 한계를 보완한 점에서 삶의 질 종합지수 개발이 의미가 있지만, 이 지표 또한 다른 주요 통계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체감 수준과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교육과 안전이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개선됐다는 건 일반 상식과 배치된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고등교육 이수율, 유치원 취원율이 개선됐지만, 고용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며 교육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퍼졌다”고 밝혔다. 안전의 경우 도로사망률, 아동안전사고사망률 등 객관적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안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며 지표와 실제 체감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정부는 향후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지표 체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