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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2년 새 일자리 둘러싼 '세대 갈등' 급증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일인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길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이날 탄핵 찬성, 반대 측은 차벽을 두고 둘로 나눠졌다. [공동사진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일인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길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이날 탄핵 찬성, 반대 측은 차벽을 두고 둘로 나눠졌다. [공동사진취재단]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된 헌법재판소 근처는 둘로 갈라졌다. 경찰차벽을 사이에 두고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 집회' 참가자와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구호를 외쳤다. 박 전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한쪽에선 환호가 이어졌지만, 다른 한쪽에선 분노와 실망감이 쏟아졌다. 태극기 집회 측이 경찰과 격렬하게 맞서면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보사연, 전국의 성인 남녀 3669명 조사 결과 #국민이 매긴 사회통합 점수, 10점 만점에 4점 #외국과 비교하니 "성공하려면 부패" 인식 1위 #2년 전보다 비정규직ㆍ빈곤층 등 사회 갈등 커져

  이날의 풍경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 갈등'의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직접 매기는 사회통합 점수는 얼마일까. '수우미양가'로 평가하면 '가'에 해당하는 낙제점이 나왔다. 특히 세대 간 대립이나 경제적 격차 등 사회 갈등이 최근 2년 새 더 나빠진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19~75세 남녀 3669명을 조사한 '사회통합 실태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일반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 내린 '사회통합' 점수는 낙제점에 그쳤다. [중앙포토]

일반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 내린 '사회통합' 점수는 낙제점에 그쳤다. [중앙포토]

  국민은 '사회통합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평균 4.18점(10점 만점)을 매겼다. 우리나라의 사회통합 수준을 보통 이하로 낮게 평가한 셈이다. 특히 남성과 40대, 빈곤층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했다. 그렇다면 사회 통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뭘까. 국민은 '사회적 이동성의 발전'을 지목하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 '사다리 걷어차기'로 대표되는 계층 변동 가능성이 줄어드는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통합에 대한 불만족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졌다. 보사연이 독일·프랑스 등 유럽 17개국과 한국을 비교했더니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평균 7.2점(10점 만점)이 나왔다. 덴마크가 8.3점으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6.2점으로 끝에서 3번째였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도 한국은 끝에서 두번째인 37.4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타인의 이타심에 대한 인식, 타인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는 아예 '꼴찌'에 자리했다. 반면 성공하려면 부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좋은 평가는 거의 없고, 나쁜 평가가 대부분인 셈이다.

  이렇게 표출되는 사회적 갈등은 2014년과 비교해도 크게 악화됐다. 2년 새 비정규직-정규직(76.9%→81.5%), 노동자-경영자(79.9%→81.2%), 빈곤층-부유층(78.4%→80.7%)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자는 더 늘어났다. 연구진은 이를 소득 불평등 심화와 노동시장 악화과 반영된 결과로 풀이했다. 진보-보수의 갈등(0.5%포인트↓)이 소폭 줄어든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이 이념 갈등을 후순위로 밀어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사회갈등은 고령자와 젊은이 사이의 '세대 갈등'이다. 이를 심각하게 본다는 비율은 2년 새 56.2%에서 62.2%로 6%포인트나 급증했다. 연구진은 임금피크제, 청년 실업 등에 따라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봤다.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일자리'라는 하나의 사다리를 두고 경쟁·갈등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국 사회의 갈등 상황을 10년 단위로 바라보면 어떻게 달라질까. 10년 전 사회는 5.04점, 현재는 3.85점, 10년 후는 4.13점(각 10점 만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이 10년 전보다 갈등이 더 심해졌다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10년 후 미래에는 좀 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할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선 사회적 관계망을 활성화하고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을 회복하며 사회적 이동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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