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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영양 결핍 막고 위암 모니터링···수술로 2형 당뇨병 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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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민병원 김종민 원장은 당뇨 환자 여건에 맞게 최적화된 수술법을 적용한다. 각 수술법의 장단점을 고려해 치료 효과를 높였다. 프리랜서 박건상

민병원 김종민 원장은 당뇨 환자 여건에 맞게 최적화된 수술법을 적용한다. 각 수술법의 장단점을 고려해 치료 효과를 높였다. 프리랜서 박건상

30세 이상 한국인 7명 중 1명(대한당뇨병학회, 2016)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유병률이 역대 최고치다. 이 중에는 고혈압(54.7%)·이상지질혈증(31.6%)·만성신장병(12.5%)을 앓는 환자도 있다. 환자에겐 이중·삼중고다. 당뇨 관리가 잘 안 돼 합병증까지 생긴다. 이들은 관리가 아닌 완치에 목마르다. 2형 당뇨병이라면 수술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수술법은 진화를 거듭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수술법이 적용된다. 민병원이 구축한 당뇨 수술 최적화 시스템이다. 150명이 넘는 환자가 완치를 경험했다.

특성화병원 당뇨 수술 최적화한 민병원

“당뇨가 수술로 치료가 되나요?” 수술 상담을 받는 환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당뇨병(2형)을 수술로 치료하는 게 국내 환자에겐 낯설다. 외국에서는 비교적 대중화된 수술이다. ‘당뇨 대사수술’로 불린다. “안전한 수술인가요?” 환자들의 두 번째 질문이다. 정부는 수년간의 검토 끝에 내년부터 이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검증된 수술이라는 얘기다. 아시아·태평양대사비만학회에서는 아시아인의 경우 마른 당뇨가 많은 점을 고려해 BMI(체질량지수) 27.5 이상인 당뇨 환자에 대해 수술을 권고한다.

내년부터 건강보험 적용

치료 원리는 명확하다. 알고 나면 수술에 대한 대부분의 의구심과 의문이 풀린다. 우리 몸은 혈당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다. 인크레틴(호르몬) 시스템과 항인크레틴 시스템이다. 인크레틴 시스템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고혈당을 억제하는 반면, 항인크레틴 시스템은 인슐린 분비를 억제해 저혈당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 상황에 따라 각 시스템이 작동해 균형을 맞춘다.

당뇨병 환자는 두 시스템의 균형이 깨진 상태다. 항인크레틴이 항진되는 것이다. 당을 몸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인슐린 분비가 억제돼 혈액 속에 당이 쌓인다. 당뇨 대사수술은 하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GLP-1)의 기능을 강화하고 상부 소장의 고장난 항인크레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민병원 김종민 원장은 “당뇨 대사수술은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하는 인크레틴의 작동 원리를 이용해 당뇨병을 치료한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 따라 맞춤 수술

수술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위의 잘록한 주머니 부분(위 소매)을 잘라 위 부피를 80~100cc로 줄이는 방식이다. ‘위소매절제술(Sleeve)’이라고 한다. 위산 분비 역할을 담당하는 부위를 잘라냄으로써 위산 분비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반응으로 GLP-1 분비가 늘어난다. 두 번째는 위를 최소 크기(30cc)만 남겨둔 뒤 하부 소장을 끌어다 붙이는 ‘루와이 위우회술(Roux-en-Y gastric bypass)’이다. 위에 소장이 연결된 모습이 ‘Y’자 모양을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먹은 음식물이 상부 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부 소장으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 포인트다.

당연히 고장난 상부 소장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하부 소장에서는 GLP-1이 분비돼 혈당을 잡는다. 세 번째는 위소매절제술에 우회술을 접목한 수술이다. 두 수술법의 장점을 살린 수술법으로 꼽힌다. ‘위소매절제술 및 십이지장우회술’과 ‘위소매절제술 및 근위부 공장우회술’이다. 김종민 원장은 “수술법마다 장단점이 다르다”며 “장점에 따른 효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환자에게 해당 수술법을 선택·적용한다”고 말했다.

유문 살려 영양 균형 잡아

세 수술법 중 특히 주목 받는 것은 위소매절제술에 기반을 둔 수술이다.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게 더욱 적합한 수술로 꼽힌다. 루와이 위우회술의 단점과 한계 때문이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초고도비만인 당뇨 환자에게 최적화된 수술이다. 초고도비만 환자는 섭취량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효과가 있다. 근데 BMI 45 미만인 당뇨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흠이다. 우선 수술 후 영양결핍을 초래한다. 십이지장과 연결되는 위의 끝부분에는 소화가 충분히 될 때까지 닫혀 있다가 소화가 된 후 소장으로 내려보내는 ‘유문’이라는 것이 있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유문이 보존되지 않아 섭취한 음식물이 그대로 하부 소장으로 내려간다. 비타민·단백질·미네랄 대사장애가 오기 때문에 별도로 보충제를 먹어야 한다.

위암 조기검진에 취약한 것도 단점이다. 구조상 수술로 잘리고 남은 위 부위를 내시경으로 점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위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김 원장은 “루와이 위우회술의 장점도 크지만 몇 가지 한계 때문에 초고도비만이 아닌 당뇨 환자라면 위소매절제술 기반의 수술을 받는 것이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자의 BMI, 췌장 기능, 당뇨 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수술법을 적용하면 효과적으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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