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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돌아간 박 전 대통령…청와대 홈페이지엔 여전히 '현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직후 청와대는 봉황기를 내리고, 각급 군부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철거되는 등 박 전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가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파면 사흘째인 12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이후에도 청와대의 공식 홈페이지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모습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 그대로 게시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헌재의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히 대응"

청와대의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국무총리 및 부처장관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그대로 소개되어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되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 소개된 2가지 게시물 중 다른 하나는 "오보 괴담 바로잡기 : 이것이 팩트입니다"이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박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에 소개된 모두발언과는 달리 헌재의 탄핵심판과 특검의 수사과정 그 어디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낸 일이 없었다. 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했다.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됐다"던 모두발언이 무색하게도 12일 사저에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의 첫 일성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었다.
또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는 있었지만 수주간 촛불집회에 참석해 국정농단 사태를 걱정한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 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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