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흉내 급급한 어린이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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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권리만 가득한 어린이헌장, 엇나간 노랫말에 어른흉내내기에 급급한 옷, 불량만화와 서구음식·외제장난감이 판치는 사회일 이처럼 일그러진 모습이 바로 어린이가 진단한 그들의 문화다.
신광·대광·명지·오류·윤중·이대부속·청구·추계등 서울시내 8개 국민학교 어린이Y회원 2백50여명은 학교별로 각각 문화현상을 진단, 31일하오2시 서울YWCA중흥당에서 「어린이문화」 발표회를 갖는다.
오류·대광국교 어린이들은 기존 어린이 헌장이 「어른들만이 이해하는 헌장」이라고 비판, 앙케트 조사를 거쳐「어린이가 만든 어린이 헌장」을 내놓는다.
이같은 의견을 수렴, 두 학교의 새 어린이현장안을 통합시킨 「어린이가 만든 어린이헌장」은 전문없이 10개항으로 돼 있는 것이 특징 ①어린이는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야한다 ②어린이는 누구나 사탕을 받으며 귀하게 여김을 받아야 한다. ③어린이는 마음껏 놀 수 있어야 하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마음껏 배울 수 있어야 한다. ④어린이 앞에서 어른들은 모든 일에서 모범을 보여 어린이를 일깨워야한다. ⑤어린이에게는 일이나 공부가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 ⑥어린이는 위험할 때 먼저 구출되어야 한다. ⑦어린이는 어떠한 경우라도 악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⑧어린이에게는 흥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늘 새로운 자료와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⑨어린이들은 웃어른을 잘 모시고 친구를 이해하며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⑩어린이는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해야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극복하는데 힘써야 한다.가 그것으로 ⑤∼⑦항만이 종래와 같다.
이대부속국교 어린이들이 조사한 음식문화에서는 콜라·아이스크림·사당·과자·초컬릿·햄버거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송편·된장국이 싫어하는 음식으로 밝혀져 서구음식을 지향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윤중국교 어린이들이 조사한 옷문화에서는 우리 옷은 곱고 화려하고 멋이 있으나, 활동이 불편하고 입는 절차가 복잡하다고 지적됐다.
어린이들은 현재 어린이옷·신발·액세서리등이 어른것을 그대로 본 뜬 것이 대부분이고 견고하지 못하며 값이 비싸다고 비판.
청구국교 어린이들이 조사한 노래문화에서 대부분 동요가 시시해 가사바꿔 부르기를 하고 있음이 밝혀졌는데, 예컨대『꼬마자동차 붕붕』은 『파충류』 로 바꿔 「쥐새끼를 먹으면 힘이 솟는 꼬마 파충류로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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