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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학교 교육 시스템 확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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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첫째, 농촌에서도 학교 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이면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틀을 적용한 학교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에도 최근 떠오르는 대안학교 수준의 자율권을 부여해 과감한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농촌학교에는 일단 개정 사학법 시행을 유보하는 대신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재단 이사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되 최고경영자(CEO)형 교장을 영입하도록 권고하자. 그리고 현직 교장을 대상으로 'CEO형 변화 교육'을 시행하는 등 차별적이고 혁신적인, 나아가 혁명적인 교육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오히려 농촌학교 교육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해법이다. 학교 간에 철저한 시장경쟁 원리를 적용해 학교평가제를 확립하고 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한편 교사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면 농촌에서의 교원평가제는 자연스럽게 학교평가제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둘째, 농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방안은 정보기술(IT)을 활용, 농촌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전국 18개 'U-러닝 연구학교'를 시범 지정한 데 이어 올해에도 40개교를 추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농촌학생의 80% 이상은 가정에 컴퓨터가 없기 때문에 교육부 계획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도시학생 전용'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반면 전국 농촌학교에 설치돼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교육망을 활용하고, 영어.수학.논술 등 주요 과목의 경우 학년을 초월해 수준별 이동학습을 실시할 경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일시에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면 행정자치부가 국가균형발전법에 의해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평가한 경북 영양, 전남 신안 등 50개 군의 25만 명 학생을 대상으로 '농촌형 U-러닝 시스템'을 새로운 교과과정으로 실시해 보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이것마저 어렵다면 우선 50개 군에서 1개교씩 선별해 시범 실시해 보자.

필자는 '농촌형 U-러닝 시스템' 개발을 위해 지난해 7~11월 전남 녹동고교에서 교육방송(EBS)을 활용한 원격영상 시범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차원의 노력만으로 농촌지역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지식교육을 확산하고 실용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교육 관계자들이 인터넷을 통한 교육만이 농촌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적극 나선다면 학부모.주민.향우(鄕友)와 많은 기업이 손잡고 '농촌 교육 살리기 운동'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농촌 정보화의 관련 부처인 농림수산부.행자부.정보통신부의 적극적인 협력도 기대해 본다.

신윤식 한국유비쿼터스농촌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