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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대통령 파면 소식에 충격 … 장시호 “이모, 대성통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최순실씨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최순실씨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휴정했을 때 이모(최순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소식에 대성통곡했다.”

헌재 결정 직후 재판정에선 #검찰이 “이젠 전직 대통령” 말하자 #최순실, 물 2~3잔 연거푸 들이켜 #“이모 방에서 총수 독대 일정표 봤다” #장씨 증언에 최씨, 머리 긁으며 한숨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한 10일 오후 2시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을 받던 장시호 씨의 말에 재판정이 술렁였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최씨는 조카 장씨를 잠시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최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장씨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이 사건 피고인이기도 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장씨가 증인으로 신문을 받았다. 오후 재판에서 증언대에 선 장씨는 “최씨로부터 조사에 협조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아까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고 휴정했을 때 이모가 대성통곡했다. 심적으로 부담이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사실대로 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은 재판 초반부터 화두에 올랐다. 처음 탄핵 사실이 법정에 알려진 것은 오전 11시30분쯤이었다. 검찰 측은 장씨에 앞서 증인 신문을 받은 안 전 수석에게 “방금 헌재에서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제 법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이 됐는데 혹시 그동안 대통령에 대한 부담감으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은 “역사에 중대한 사건이라 사실대로 진술한다고 처음부터 결심했다”며 부인했다. 이때 최씨는 물을 2~3잔 연거푸 마셨다. 재판은 11시50분쯤부터 휴정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최광휴 변호사는 이때 기자들에게 “재판 도중 휴대전화에 속보가 떠 바로 최씨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장시호

장시호

특별검사 조사 과정에서 ‘사진 같다’고 평가받은 장씨의 기억력은 이날 재판에서도 발휘됐다. 장씨는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4~25일 대기업 총수들과 가진 독대의 일정표를 한 번 본 기억을 살려 특검조사에서 그대로 종이에 그려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5년 7월 24일 아침에 이모 방에서 A4 용지 두 장짜리 표를 발견했다. 맨 앞장 표 윗줄에 ‘현대자동차, 정몽구, 2:00부터’라는 단어가 있었고 뒷장에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이름이 서너 번째쯤에 있었다”고 말했다. 장씨가 말한 24일은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를 하기 바로 전날이다. 장씨는 “23일에 이모가 나를 집으로 불러 삼성으로 보낼 것이니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소개서와 예산 제안서를 만들라고 했다. 지금은 그 제안서가 삼성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날 “이모가 사익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며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 말미에 “2014년 말 이모가 박 대통령께 정유라가 임신한 사실을 알리며 무언가를 요청했는데 대통령이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자 이모가 ‘나도 이제부턴 사익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장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발언권을 얻어 “대통령에게 얘기할 일도 아니고 부모가 어떻게 자식의 그런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부인했다. 조카 장씨의 증언 도중 최씨는 머리를 긁적이거나 볼에 바람을 넣어 크게 한숨을 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장씨는 이날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씨가 최씨 집에서 한 달간 머물렀다는 발언도 했다. 장씨는 “김동성이 2015년 1월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며 저를 찾아와 최순실을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오갈 데도 없어 이모네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게 했다”며 “최순실과 김동성이 한집에 살 때 동계스포츠센터(설립)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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