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가치 있는 헌법-정치불안 해소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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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헌법안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확정되었다.찬성률 93%는 6차례 국민투표에서 최고의 기록이다.그것은 대통령직선제에 대한 선호뿐아니라 민주화및 국민의 정치참여욕구가 그민큼 높았다는 진짜 민의로해석된다.
과거의 개헌이 집권자의 정권연장수단이었고 국민투표는 이를뒷받침하는 요식행위였던데 비해 이번 개헌안은 어느때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확정되었다. 그점에서 그 헌정사적 의미는 크다.
새 헌법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확정되었다고 해서 완전한 것은 아니다.일부 미흡한 구석도있고 비록 5%에 불과하지만 반대자도 있었다.
뿐더러 헌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으로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이 국가의 기본법으로 제구실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담긴 「함축」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새 헌법이 민주화시대를 이끄는 살아 있는 규범이 되도록 국민 모두가 소중하게 아끼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그동안의 헌정분란을 생각하면 그것은 이 시대를 사는 국민 모두에게 지워진 책무이기도 하다.
헌법안의 확정으로 우리의 예정된 정치일정의 첫 고비는 일단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이 고비는 조그마한 출발일뿐 이를통해 만성적인 정치불안과 정통성시비를 일소하고 이땅에 진정한 민주정치를 정착시키기까지는 숱한 난관과 우여곡절이 가로놓여있다.
당장의 과제는 50일쯤 앞으로다가온 대통령선거를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공명정대하게 치르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전은 4파면의 양상을 띄면서 지역감정대립, 흑색선전, 청중동원 경쟁등 차츰 과열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 헌법의 정신대로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 지려면 정부의 엄정중립, 대권주자와 추종자들의 자제 못지않게 국민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결국 민주주의는 이에 대한 국민의 신법과 참여에 의해서라야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득표에만 눈이 멀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약이나내걸고 선심공세를 펴고 있는 마당에 이를 견제하고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국민뿐이다.
이같은 인식에 투철해야만 지도자에대한 선택이나 자유로운 선거환경과 분위기도 보장될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또다시 정치불안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4·19이후,10·26이후의 실패의 교훈은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물론 국민의 의식수준은 27년전이나 7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높아졌다.이번 국민투표과정에서의 전파미디어의 속보경쟁도 볼만한 광경이었다.
이러한 여건변화를 바탕으로 선거를 공명하게 치르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풍토를 정착시키자는게 우리의 당면 최대과제인것이다.국민의 손으로 만들어서 확정지은 날에 각별한 감회를 느끼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은 비로소 「지킬 가치가 있는」헌법을 국민의 의사로 선택했다. 앞으로 두차례의투표행위를 통해 헌법을 착실히지켜 나갈때 이땅의 민주주의는발전의 기틀을 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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