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학과기술도만 다뤄서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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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전공학·분자생물학 등 이른바 생명과학분야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명을 다루는 학문은 자연과학만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이의가 제기되어 관심을 끌었다. 지난 21일 학술원 대회의 실에서 개최된「생명과학과 사회발전」학술대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미국의 관련분야 학자1백여 명이 모여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사회학자 임장에서 생명과학분야의 우려와 범 학문적 참여필요성을 지적한 이만갑박사 (서울대 명예교수), 자연 과학 입장에서 생명과학의 필요불가결성과 안전성을 역설한 한문희박사(KAIST유전공학센터 소장)의 주장을 간추린다.

<인문과학의 입장>
생명과학이라고 하면 보통 분자생물학·생물공학·인공 두뇌학·의료공학 등의 응용기술과학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자연과학분야에서는 생명과학의 문호를 폐쇄하려는 경향이 짙고, 인문사회과학분야에서는 그것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생명과학은 인간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관련되는 총체적 개념으로 이로인해 인간사회·문화 등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여러 학문분야가 종합적으로 결집, 추진해야할 범 학문적인 과학인 것이다.
예컨대 생명과학의 소산인 시험관아기나 생물복제 등의 현상은 단순히 자연과학적인 발전의 차원을 떠나 윤리·종교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생물학 관련분야의 진전속도와 영향력은 과거의 어느 과학기술분야의 발전속도나 영향력보다 크고, 인류의 존립자체를 좌우하는 가긍할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따라서 인문·사회분야와 종교계·정계·재계·언론계가 생명과학분야에 함께 참여하고 선의의 감시와 조언 및 공동연구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이런 체계는 자연과학으로서의 생명과학 측면에서도 이상적일 것이다.

<자연과학의 입장>
생명과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 「보다나은 삶」을 위해 태동된 과학이다.
인구팽창에 따른 식량문제·에너지문제·질병문제들은 생명과학이 해결해야할 주요과제들이다.
질병치료분야는 이미 지난78년 유전자 재 조합 기술에 의해 당뇨병 치료의 길을 열었고 식량·에너지분야서도 기대되는 연구가 추진되고있다.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은 생태계변화 등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의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이같이 생명공학 분야는 인류의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분야이기 때문에 어떤 제동이 걸리거나 속도가 느려져도 안 된다.
다만 인문사회과학분야의 지적처럼▲새로운 유독성세균에 의한 인류적인 폐해▲시험관아기·대리모 등의 윤리문제▲복제인간 등으로 인한 인간성상실 등은 생명과학에서도 우려하고있는 문제이긴 하다. 그래서 이 분야학자들 스스로 3중4중의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어느 경우라도 생명의 존엄성과 윤리관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한편 토론을 주재했던 서울대 홍순우교수(미생물학)는 『국내에서도 학문경계를 초월한 생명과학의 논의가 시작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며 이것을 계기로 종합 학문적인 생명과학 연구위원회 같은 모임이 태동되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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